- SBS 스페셜 <잠의 반란, 인생을 바꾸는 수면>

지난 4월 23일 SBS 스페셜에서는 <잠의 반란, 인생을 바꾸는 수면>이라는 주제로 세계에서 가장 야행성인 우리 사회의 심각한 수면문제에 대해서 다루었다.

노벨상 수상작 <백년 동안의 고독>은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이들이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 살았던 실바노(Silvano)씨는 전 세계에서 27명밖에 없는 치명적 가족 불면증 환자이다.  

쾌활하고 멋진 신사였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 시작은 단순한 불면증이었지만 수면제를 비롯한 그 어떤 치료법도 그를 잠들게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몇 달만에 그의 신체기능은 마비되었으며 급기야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다가 결국 치매로 생을 마감했다.

ADHD(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인 종현(5)이, 유방암에 걸린 이정숙씨도 잠을 소홀히 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다. 종현이의 경우 수면검사 결과 코를 골고 밤 12시가 넘어서 잠이 든다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게다가 이보다 심각한 것은 자는 동안 깨는 시간이 하룻밤에만 1시간이 넘는다는 것, 즉 수면효율이 88%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만성수면부족상태가 되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이 많아져 산만하게 된 것이었다.

때로는 잠을 소홀히 한 댓가가 치명적인 결과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오랫동안 교대 근무를 한 40대 주부 이정숙씨는 2년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실제로 멜라토닌이 유방암 발병에 관련이 있으며 교대 근무하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유방암 발생비율이 60% 더 높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만성수면부족이 개인에게만 국한되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1986년 발사 직후 폭발해 버린 첼린저호는 잠이 부족한 관계자가 기체결함을 무심결에 넘긴 탓이었으며 체르노빌 원전사고, 신칸센 사고도 관계자의 수면부족이 원인이었다.

또한 지난 2002년 7월 미국에서 직업군인이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4건이나 발생했는데 이 사건의 진짜 이유가 비밀작전에 동원된 군인들을 잠을 자지 않게 하기 위해 복용시킨 각성제로 드러나 미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잠을 적게 자도록 압력 받는 현대인들. 그들의 잠에 대한 집단 무관심 때문에 각종 질병, 사회문제 등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 할 때가 이미 오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한 질병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수면장애를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현재 한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은 밤 10시까지 하는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도 집이 아닌 학원이나 독서실로 향한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대략 3-5시간 정도. 그래서 현재 수면부족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11명의 고3 입시생을 대상으로 3가지 생활수칙을 실천하도록 한 뒤 3주 후 그 결과를 알아보았다.

생활 수칙의 첫 번째는 하루 7시간 이상 자기, 두 번째는 규칙적인 생활습관, 세 번째는 숙면에 도움이 되도록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기였다.

낮에 햇빛을 많이 쬐는 것은 머리를 맑게 하고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상대적으로 밤에 많이 분비시켜 숙면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3주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원자 11명 중 9명이 성적과 건강상태가 향상되었다.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해결이 되기도 하는 잠, 그러면 어느 때 자는 것이 가장 좋을까? 올해 초 SBS에서 개최된 전국 동안대회에서 피부미인으로 뽑혔던 김은정씨는 동안이라는 사실 외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유명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밤 10시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는 것이다.(일반적으로 10시에서 2시 사이에 세포가 재생된다고 알려져 있다.)

“잠은 누구나 자잖아요. 그 시간을 충분히 이용하면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그날 그날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노화도 늦출 수 있겠죠."* 강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