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마산 제단 근처에 살고 있다. 나의 직업은 방문과외 형태인데 토요일에는 시 외곽지대로 방문하여 볼일을 보고 근처의 동생과 부모님이 계시는 곳에서 자고 초등학생 조카들이 공부하는 것을 봐준 후 일요일에 집으로 돌아온다. 동생은 시골에서 집을 지어 살면서 살림집 옆에 조그만 전자 대리점과 노래방을 만들어 동생과 올케가 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도 토요일이라 수업을 마치고 동생 집으로 갔다. 그 날은 내 생일이라고 동생이 케이크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식사 때 올케는 어떤 못된 노래방 손님이 노래방에서 기기를 발로 차고 행패를 부렸다는 얘기를 하면서 식사 후 케이크를 들고 노래방으로 가자고 했다.

촛불을 끄자 폭죽을 터뜨리면서 박수를 쳤다. 나는 속으로 ‘40여 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생일 케이크를 처음 먹어보겠군. 마귀새끼가 생일파티는 무슨 생일 파티람. 주님! 그래도 공짜로 생긴 거니까 그냥 먹어도 되겠죠?’ 하며 케이크를 잘랐다.

어디든 노래방은 조명이 밝지 못한데다 몇 개의 룸으로 나뉘어져 있어 갑갑해서 별로 안 좋은 곳이다. 케이크를 먹으려는데 여러 색상이 움직이는 희미한 조명아래서 담배 연기 같은 연기가 보였다.

폭죽을 터뜨려서 그런가하고 생각하고 그냥 있었다. 하지만 고무 타는 냄새가 나고 연기도 심한 것 같아 이상하다고 말하니 동생이 노래 가사가 나오는 TV 뒷면을 앞쪽으로 살짝 돌렸다. 그러자 기기의 전선에 불이 붙어 불꽃을 내며 타고 있었다.

조카가 놀라서 소화기를 내밀자 동생은 재빨리 손과 입으로 불어서 불을 껐다. 다행히 노래기기 전선만 타고 주변은 연기로 그을리기만 했다.

하마터면 노래방과 살림집 전체를 태워버렸을지도 모르는 사실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올케는 낮에 왔던 손님이 기기를 발로 찼을 때 선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조기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그날 밤 노래방에서 예전과 같은 영업을 했다.

불이 붙은 <그 시각>에 <그 방에서> (노래방의 룸은 5개이다), 생일 케이크을 놓고 5분 동안의 <생일파티>를 하지 않았다면 불이 난 것은 발견되지 못하고 동생네 집과 노래방은 화마에 휩싸였을 것이다.

천만다행이라고 여긴 동생 내외는 그 사실이 우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주님께서 그날 밤 거기서 잠을 잘 당신 자식이 화재로 위험에 빠질 뻔한 것을 미리 막아주셨다고 확신하고 있다.

항상 주님 속만 썩이는 자식이지만 주님께서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분신으로 역사하시며 당신 자식들을 여러 위험에서 보호하고 계신다.* 마산제단 권희순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