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인터넷 신문에 참 아름다운 기사가 실렸다. 얼마전 20여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사형수 유영철씨를 용서한 어느 피해자 가족의 얘기다. 그분은 유영철에게 가족 셋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고정원(64)씨.

고씨는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유씨를 양자로 삼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용서이다. 이 세상에 용서했다고 하고는 나중에 마음앓이를 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의 상정일 것인데 고씨의 이러한 용서의 실천행위는 고결하고 성결하기조차 하다. 어느 종교인이 아니 이 세상 어느 누가 이러한 용서행위를 과연 할 수 있을까.  

고씨는 지난 2003년 10월 노모와 부인, 아들을 유씨의 손에 잃었다. 그 슬픔과 원한은 아마도 하늘에 사무쳤을 것이다. 짐작컨대 고씨는 사건을 당한 뒤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유씨를 갖은 고통을 다해가며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일반인은 여기서 그친다. 그러나 고씨는 달랐다. 고씨는 유씨를 용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자 아마 평안이 밀려왔을 것이다. 용서는 사실 자신을 진정으로 위하는 행위이다. 만일 그가 계속 유씨를 미워하며 살의를 품고 한평생을 산다고 한다면 그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이 되겠는가.  

고씨는 유씨를 용서한 후 용서를 뒷받침하는 여러 행위를 하였다. 첫째는 유씨의 담당 재판부에 사형을 면하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둘째는 지난 설날에 유씨에게 영치금을 넣어달라며 조 수녀(유씨를 교화하는 수녀)에게 금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세 번째로 고씨는 유씨를 양자로 삼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용서를 보여준다. 그는 “(유씨가 자신을 교화시키려고 애쓰고 있는 조성애 수녀에게 보낸) 편지를 살펴보니 나름대로 인간성이나 문학적 소질, 재능도 있더라”며 “이런 것을 봤을 때, 내 아들을 죽였어도 하느님의 뜻으로 생각하고 양자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씨는 또 “사형제가 유지되든 폐지되든 유영철은 그 제한된 장소에서 평생을 보내야 할텐데, 동정이 가는 것은 그가 남겼다는 자녀 둘”이라며 “유영철이 허락하고 상황이 된다면 내 친손자, 손녀처럼 돌봐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애들이 평생 아빠를 그리워할 테니 내가 사는 동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을 미워하는 행위는 자유율법상 살인죄이다. 단지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뿐이지만 미워하는 사람의 몸 속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졸과 같은 인체에 해로운 호르몬이 분비되어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한다. 더나아가 화내는 사람의 타액에서는 80명을 죽일 수 있는 독소물질이 나온다고 하니 사람을 미워하는 행위를 살인죄로 보는 자유율법은 매우 과학적인 율법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고씨는 매우 현명한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서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유율법은 누구든지 내몸처럼 여기는 마음의 율법을 말한다. 자유율법을 지키는 사람은 타인의 죄가 자신의 죄가 된다. 유씨의 살인죄가 자신의 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눈물로 참회를 하여야만 한다.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말이다. 어느 누가 이러한 율법을 지키겠는가. 승리제단 성도들이 아니고서야 이런 율법을 지킬 자 하나도 없을 것이다.*   김종만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