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스페셜 ‘개가 사람을 살린다’ -

2006년 1월 1일 병술년 새해 첫날, SBS 스페셜에서는 <개가 사람을 살린다>라는 제목으로 개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간질발작으로 쓰러져 있는 주인을 개가 911로 자동 연결되는 단축버튼을 눌러 신고하여 구한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이 사건은 2년전 미국 전체를 뒤흔들었고 사람에게만 주어져 왔던 미국 적십자사의 올해의 영웅상이 개로서는 최초로 리나의 간병견 ‘페이스(faith)’에게 수여되었다.

“페이스는 제 몸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어요. 발작이 있기 전 며칠동안 유별나게 주변을 맴돌며 잠을 못자게 했어요. 더구나 침대 위에는 절대 못 올라오게 하는데 그날은 말을 듣지 않았어요. 제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 것 같아요.”

발작 후 주인의 명령없이도 신속하게 처리했을 뿐 아니라 이미 그전에 경고까지 했다는 페이스, 그렇다면 개들에게는 주인에게 닥칠 위험마저 미리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영국 버킹햄프셔의 질 레이시는 개가 가진 이 능력에 대해 누구보다 확신하고 있다. “제 개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다리에 생긴 흑색종(피부암)을 처음 발견했어요.”

그녀의 개가 어느 날부터 특히 그녀의 오른 다리에 있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점에 유난히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아무리 쫓아내도 계속 따라다니며 핥아대는 개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져 레이시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가 핥았던 바로 그 부위에 흑색종이 있었다! 수술 성공률도 낮고 피부 깊숙이 퍼지고 나서야 표면에 나타나기 때문에 5명 중에 4명이 죽는다는 치명적인 암이다.

애완견 덕택에 조기 발견하여 다행히 수술도 성공했지만 지금도 질 레이시는 그때를 생각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후 질 레이시외에도 여러 곳에서 개가 암을 찾아주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고 영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은 개들의 이 특별한 능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바로 암환자의 진단에 개를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영국 에멀슨 병원 캐롤린 윌리스 박사팀은 소변 샘플을 이용한 방광암 진단실험에서 개들이 6개의 샘플 중 방광암 환자의 샘플을 명확히 찾아내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유인즉 모든 암세포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에서 나는 공통의 냄새가 있고 개가 그 냄새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내쉬는 숨만으로 개가 질병을 알아내준다면 간편하게 초기에 병을 알아내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메이카이 대학 도노사키 교수의 말이다. 이제 암진단견이 진단의 혁명을 일구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보조견 혹은 간병견들의 도움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수많은 사례들 속에서 개들은 그 주인에게 누구보다 진실한 친구이자, 기적과도 같은 삶의 동반자였다. 미국 내의 많은 병원에서는 이미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의료진과 치료견이 직접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치료견이 좀더 웃게 만들고, 좀더 걷게 만들고, 좀더 말하게 하면서 치료의 성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강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