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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더위 속에 활짝 피어나도 농부의 눈에 띄면 어김없이 꽃대까지 꺾이는 꽃이 있습니다.
오래전 여름, 여행길에서 만난 연분홍색 꽃은 나팔꽃인듯했지만 내가 서있는 곳이 담배밭이었으니 담배꽃이 분명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부지런히 담배밭 사이를 오가며 꽃대를 따고 있었습니다. 영양분이 꽃으로 가는 걸 막아 담뱃잎이 더 잘 크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걀모양의 담배꽃 열매는 만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농산물보다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어 담배농사를 짓지만 곧 그만두실 거라던, 금연주의자 농부 아저씨를 만난 것이 거의 10여년 전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 10여년 뒤면 담배를 만들지도 못하는 세상이 오게 생겼습니다. 담배 제조 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일이 뉴스를 통해 들립니다. 법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고 해결할 문제들이 있겠지만 언젠가는 올 세상이다 싶습니다. 그때에는 연보라색 담배꽃도 여름 햇살 속에 빛을 보고, 담배의 잎은 지금도 그러하 듯 한방에서 약재로만 쓰이는, 그렇게 생명을 살리는 일만 있는 날들을 그려봅니다.* 정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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