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교전쟁, 지구촌 유혈 사태로 번져

풍자만화로 예언자를 비하한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덴마크 주재 대사를 소환한 나라가 8일 현재 4개국에 이르렀고 시리아와 레바논 주재 덴마크 대사관과 노르웨이 대사관이 시위대의 방화로 불타는 사태로 확대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 덴마크의 한 신문인 ‘율란츠 포스텐’이 무하마드를 풍자한 만화를 총 12장 게재한 데서 비롯됐다. 이 만화에는 무하마드가 마치 폭탄 테러리스트처럼 풍자되고 있다. 당시 이 만화는 덴마크 내 무슬림들의 많은 반발을 샀지만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초 노르웨이의 한 잡지가 문제의 만화를 일부 게재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슬람 국가들은 이에 즉각 반발했고 중동의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이슬람국인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이 덴마크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며 외교 관계를 끊은 것을 시작으로 아랍권 이슬람 국가들이 주도한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과 항의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됐다.

지난 1월 말 예상을 깨고 집권한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도 가자시 내의 유럽연합(EU) 사무실을 폐쇄하라고 요구하며 덴마크인과 노르웨이인들이 테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긴장감을 더했다. 덴마크 식품업계의 판매량은 며칠 사이 극감해 5500만 달러의 손실을 냈고 대량 감원 사태까지 벌어졌다. ‘율란츠 포스텐’의 코펜하겐 본사 건물에는 폭탄테러 위협이 가해져 직원들이 근무 중에 수시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결국 이 신문은 1월 31일 편집국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다음날 프랑스 · 독일 · 이탈리아 · 스페인 등 유럽지역 12개 신문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보란 듯이 문제의 만화를 전재하고 나섰다.프랑스의 양심이란 평을 받고 있는 ‘르 몽드’조차 이 대열에 합류했다.

르 몽드는 무하마드를 묘사한 만화를 1면에 게재하며 사설을 통해 ‘종교는 반드시 존중돼야 할 사고의 체계이자 정신과 믿음의 구축물이다. 그러나 종교는 자유롭게 비판되고 조소의 대상도 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또 ‘자살폭탄 테러범이 천국에서 순교자 대우를 받으며 처녀를 선물로 받는다는 이슬람교의 주장을 비꼬는 만평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 각국 정부는 상이한 태도를 보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은 ‘검열의 과잉보다는 캐리커처의 과잉을 택하겠다’며 만평을 게재한 언론 편에 섰다. 그러나 우르술라 플라스니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은 ‘각국 지도자는 종교에 대한 모독을 자제시킬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르 몽드의 사설에 대해서도 많은 양심 있는 언론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국내의 한 언론은 ‘발단이 된 신문이 사과를 하고 나선 마당에 문제된 만화를 전재하고 나선 유럽언론들의 양심은 이성을 잃은 야만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시위대는 7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덴마크 국기를 불태웠지만 그러나 아프간 최고 성직자인 무하마드 우스만은 8일 만평 게재에 항의하는 시위는 정당하지만 폭력 시위는 안된다면서 폭력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이제 파장은 유럽과 중동 밖으로 퍼져나갔다. 거의 모든 이슬람 국가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샤라프 대통령은 ‘만화를 다시 게재하기로 한(유럽 언론들의) 결정이 테러리스트들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만화를 게재한 것은 수억 명의 이슬람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최대 인구의 이슬람국 인도네시아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종교에 대한 불경(不敬)을 정당화해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중부도시 물탄에서는 400여 명의 이슬람 학생들이 ‘프랑스에 죽음을’ ‘덴마크에 죽음을’을 외치며 양국 국기를 불태웠다.*  김태무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