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춥고 스산한 12월에 추락해 가는 국민적 영웅 황우석 교수의 초췌해진 모습을 지켜보게 되니 정말로 가슴 아프다. 연구와 관련된 속사정이 어땠는지 아직은 당사자가 입을 닫고 있으니 결정적인 것은 알 수 없으되 사태를 이렇게 까지 몰고 가야 했는가 하는데 생각이 미치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우선 시사교양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여전히 악의적 고발을 일삼는 <PD수첩>의 보도행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15일 밤 10시, MBC의 특집방송을 지켜본 국민들은 경악과 함께 실의에 빠졌다.

방송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줄기세포 연구는 ‘가짜’라는 것이다. 아직은 ‘사기극’ 같은 극단적인 용어는 없었지만 미구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네티즌이 쓴 <PD수첩>의 보도에 대한 평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는 <PD수첩>이 과학자의 명예와 자존심을 손상시킨 점, 연구를 방해하고 지연시킨 점, 검증문제요구로 국가정보를 유출시킨 스파이혐의, 국가명예를 급격히 추락시킨 점, 국론을 분열시킨 점, 사이언스지의 권위를 추락시킨 점 등을 조목조목 들어 프로를 사형(폐지)해야 한다고 썼다.

인간생명을 담보로 하여 세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황우석교수의 심적인 중압감은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상상조차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어렵고 외로운 연구를 계속해 온 데에는 난치병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숭고한 마음이 절대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지난 10월 22일 독일 마인츠 시에서 열린 ‘IT/BT 아이디어 포럼'에 참석한 황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성채'의 내용을 언급하며 ‘(과학자는) 어떤 측면에선 성직자와 유사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봉사자로서 능력의 한계를 최근엔 절감한다. 50대 중반이고, 심오한 학문적 바탕이 필요한 봉사자로서 더이상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도 했다.

그 일주일 뒤인 10월 29일 강화도 전등사에서 열린 ‘2005 삼랑성 문화축제'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어떤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 외쳐보고도 싶고, 외길을 걷는 것 때문에 이렇게 많은 시련에 부딪힐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세상에 이름이 두 배 알려지면 네 배를 낮춰야 하고, 지위가 두 배 높아지면 여섯 배 겸손해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말들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과학자로서의 그가 아닌 한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고뇌, 또 불자로서, 봉사자로서 자책하고 절망하는 진실된 마음의 움직임을 충분히 엿볼 수가 있다.  

이로써 충분하다고 본다. 더 들추어 낼 것이 무엇이겠는가. ‘비판하는 자 비판을 받을 것이며 정죄하는 자 정죄를 받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속에 내재한 악을 스스로 제거하고 양심을 발굴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바 (PD수첩)과 같은 시사고발프로에 의해서는 결코 선을 이룰 수가 없다.

황우석 교수의 ‘지금은 줄기세포가 없다’고 한 말 가운데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하기 싫다’는 침묵의 항변이 엿보인다. 행한 대로 거두는 하늘의 법칙을 잘 아는 그가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가 다시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  이근숙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