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에 나오기 시작한지 몇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평상시에 종종 마주치는 사람이 대화할 때마다 툭하면 시비를 걸고 꼭 듣기에 못마땅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몇번은 참아 넘겼지만,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못마땅한 마음이 가득차게 되고, 생각을 고쳐먹으려 해도 도무지 사그라들지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못마땅한 마음을 없앨 수 있을까' 하며 방법을 생각하던 중, 주님께서 말씀하신 기도가 떠올랐다. 물론 그 전에도 기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내 마음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그날처럼 간절하게 떠오른 적은 없었다.

그 날부터 나는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음란마귀 뿌리째 뽑아서 박멸소탕'이라는 기도를 했다. 못마땅한 마음을 없애고픈 심정이 간절할수록 더욱 절실한 기도가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난 어느날,   ‘이 못마땅한 마음이 어쨌든 내 마음 속에 있으니 기도를 할 때 내 이름 석자를 앞에 붙이면 그 마음이 더 확실하게 소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OOO 속에 있는 못마땅한 마귀'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여 기도하였다.

그렇게 하니 점점 내 마음 속에서 피어났던 못마땅한 마음들이 없어지고, 조금씩 평안함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렇게 기도를 한 날, 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내 마음 속에 못마땅한 마음을 없애려고 이름석자를 붙인건데 그럼 그 기도가 내 마음에 한정되는 기도가 되는게 아닌가요. 그럼 안될텐데..'하고 주님께 여쭙는 심정으로 혼잣말처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런데 이튿날 오전, 예배가 시작되고 찬송이 끝나자마자 단상에 계신 주님께서 예배석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내 마음 속에 있는 마귀를 죽이면 온 우주의 마귀를 죽이는 거에요"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를 분명히 바라보시고 말씀을 주시니, 전날 잠자리에서 마음 속으로 던진 질문에 대해 풀어주시는 말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답변의 말씀을 통해 주님께서 내 마음을 알고 계심을 확인하며 새삼 놀라움과 함께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름 석자를 붙여야겠다는 생각도, 또 혼잣말처럼 되뇌었던 일도 마치 어린아이같아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마음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겪은 일이기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었다.*  정문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