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 <선불가진수어록>에 나오는 ‘입환’으로 독자 제현께 인사 올린다. ‘환’의 해석은 여러 가지이나 여기서는 민중서관의 한한대자전(漢韓大字典)을 옮겨 본다.

<渶>경기고을 환, 서울 부근의 천자 직할의 영지(領地), 전(轉)하여 천하 또는 세계의 뜻으로 쓰임… 그러므로 ‘들入’에 ‘경기고을 渶’ 의 입환은 ‘경기고을에 들다’로 풀이된다.

<선불가진수어록>은 ‘환’에 들어가서 불로불사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천하에 깜짝 놀랄 불로불사의 신학문이 제일 먼저 경기고을에서 나오는 것이니 경기고을에 와야 살고 그렇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것 같으나 살아가다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도통한 조상님들의 기록이다.

얼핏 서울이 으뜸이고 경기고을이 다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울은 인간세상의 왕(대통령)이 다스리는 땅이고 경기고을은 천자의 직할지이니 영광과 존귀의 측면에 있어서 서울은 결코 경기고을에 비할 바가 안 된다.  

경기고을 가운데 서쪽으로 부평과 인천에 닿아 있는 부천(富川)은 천자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동쪽으로도 하늘기운이 왕성한 ‘천왕동(天旺洞)’, 천자의 궁전이 있는 ‘궁동(宮洞)’, 용왕의 궁전이 있는 ‘수궁동(水宮洞)’ 등 예사롭지 않는 지명들이 모두 모여 있다. 그런데 이 지역들은 지금은 대부분 서울에 편입되었다.

부천의 <복사골>은 중국 진(晉)나라 때의 시인 도연명이 <도화원기>에서 묘사한 바로 그 무릉도원이다. 진나라 때 무릉 사람 어부가 배를 저어 가다가 잠시 길이 멀고 가까움을 잊었더니 배에서 내려 굴 입구를 따라 들어가자 언덕을 끼고 수백 보 되는 넓이에 온통 복숭아꽃이 피어 향기로운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그림 같은 풍경에 취하였다.

비옥한 전답과 행복한 마을 주민, 질투도 시기도 전쟁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 이러한 곳에서 무궁세월탄금성/부지세월하갑자(無窮世月彈琴聲/不知歲月何甲子- 영원무궁토록 거문고 소리 울리며 몇 갑자의 세월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하니 그와 같은 이상향은 인간의 경영으로는 되지 않으며 오직 자비와 권능의 화신이신 천자의 치리(治理)다.

요즈음 헌법재판소의 행정도시건설 위헌확인 판결을 앞두고 합헌결정을 촉구하는 충청권 주민들의 항의집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러나 경기고을 부천에서 천자(성인)가 배출되고 그가 자신의 본색을 거의 드러냄이 없이 수렴청정(垂簾聽政)으로 무릉도원, 에덴동산, 불국토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고전에 기록된 바이니 금번의 판결과 상관없이 참여정부의 대선공약 ‘행정수도 이전’은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

전원시인 도연명이 그리워한 무릉도원이 천자를 배출하고 기뻐 날뛰며 축제를 벌이게 되는, 문화도시 부천, 복사골 주민들의 미래상이기를 원한다면 경기고을에 든 필자의 백일몽일까. 그러나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끝까지 기다려 볼 참이다.*   이근숙 국장  

*본고는 부천신문 11월 10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