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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비가 내린 후 불어오는 제법 쌀쌀한 바람에 가을이구나 싶더니, 이젠 눈길 머무는 곳마다 울긋불긋 늦가을빛이 돕니다. 거리에서 은행잎을 쓰는 청소아저씨의 손길이 분주하고, 그 길따라 어린아이처럼 은행을 따는 아주머니들도 간간이 눈에 띕니다. 가을빛 깔린 도로변을 지나 걸어 들어와 보니 골목길 담장 너머, 튼실하게 자란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늘 감나무처럼만 자라라고 말씀하시던 학창시절 선생님의 유난스러웠던 감나무 예찬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감나무에는 일곱가지 덕이 있는데, 첫째 수명이 길고, 둘째 그늘이 짙으며,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넷째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다섯째 가을에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열매가 맛이 있으며, 일곱째 낙엽이 훌륭한 거름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버릴 것 없이 좋은 나무라는 뜻이겠지요.
그 말씀을 떠올리며 감나무를 보니, 차가운 겨울속에 생명을 지켜내고 따가운 햇살과 거친 비바람을 견뎌 빛깔 좋은 열매를 맺은 것만으로도 대견해 보입니다. 마음의 열매가 부끄럽다면 차가운 겨울과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볼 수 있겠지요. 그 마음에 공들인 만큼 맺는 열매가 있음을 거짓없는 자연이 다시금 가르쳐줍니다.* 정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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