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빛의 세계에서 <X파일> 존재이유 잃어
 

드라마 <X파일>은 FBI 특수요원이 FBI 내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TV 공상과학 시리즈물이다. 멀더 요원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봉하지만 파트너인 스컬리 요원은 멀더 요원과는 정반대로 초자연적 현상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매도하고 기피하려는 사고방식을 지녔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그들은 그러나 합심하여 정부의 음모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 헤맨다.

드라마 <X파일>은 1993년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리며 방영되었고 국내에는 1999년 말에 방영되기 시작하여 6년이 지난 지금도 케이블 TV의 한두개 채널에서 항시 시청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영화평론가들은 <X파일>의 인기도를 단순히 ‘유행’의 차원을 넘어서서 ‘숭배현상'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수년간 인기를 누려왔고 현재도 전 세계에 수많은 매니아와 수천 개 웹사이트로 그 명성이 식을 줄 모르는 <FBI X파일>을 흉내라도 내듯 요즈음 국내에도 X파일이 뜨고 있으니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이상호 X파일>로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언론매체들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되었고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된 <안기부 X파일>의 내용을 요약하면 ‘안기부의 직원들이 불법도청한 테이프 한개를 MBC방송의 이상호 기자가 입수하게 되면서 빚어진 논란’이다. 이상호 기자는 1997년 대선 직전 이루어진 재벌-언론-정치권력의 유착 증거를 금년 1월 불법감청 테이프로 확보하였는데 이후 재벌은 국내굴지의 삼성그룹이며 언론은 메이저신문사인 중앙일보로 보도되었다.

그런데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할 시 그 내용이 너무도 엄청난 데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어 구속사유도 될 뿐더러 이와 관련하여 민사소송이 제기될 경우 패소가 유력하다는 이유 등으로 MBC 방송사에서는 수개월간 보도를 미루어 왔었다. 그러는 사이  일간지-조선일보-가 먼저 ‘안기부 불법도청’과 ‘MBC의 테이프 입수’를 내용으로 보도를 해버렸다.

<FBI X파일>은 그 소재가 주로 영혼, 악마, 세균, 돌연변이, UFO 등 현실세계의 것이 아닌 심령세계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시청자의 호기심만 눈덩이처럼 부풀려 놓고 결말은 선명치 않아서 시청 후에 뒷맛이 씁쓰레 한 때가 많았다.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심령세계의 법칙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내용이 유치하게 여겨지는 대목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금번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하여서도 애초 특종을 잡았던 MBC의 보도행태가 정말 한심하고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 처음 대어를 낚고도 머뭇거리며 일간지에 선수를 빼앗긴 것은 공영방송사로서는 넌센스가 아닐 수가 없다. 그들이 국민의 알권리와 실정법 사이에서 고민한 것이라고는 보지만 과연 그것만이 방송을 미룬 이유의 전부일까 의심도 간다.

지난 세월 MBC는 시사고발프로들을 통해 사회의 비리를 발본색원 하겠노라고 정말로 열심이었다. 특별히 <PD수첩> 프로가 본제단을 사이비 종교단체로 몰아 거침없이 보도하고 재탕, 삼탕하며 관련도 없는 프로에까지 충격적인 영상들을 자료화면으로 수없이 내보낸 일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도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그런 전력을 가진 방송사가 ‘감청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인 테이프를 즉시 공개하지 못했다’고 변명한다면 ‘돈지갑을 훔치는 것이 불법이니 훔친 지갑은 증거물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격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모든 X파일은 어둠의 세계에서 어둡고 사악한 영들이 빚어낸 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제 언론은  274개로 늘어난 모든 테이프의 내용, 그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때까지 심도 깊이 취재하고 정론직필하는 자세를 멈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악이 존재하지 않는 개벽세계, 하나님의 빛의 세계를 앞당기는데 일조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    이근숙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