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에 나온 후 다른 사람들이 겪은 신기한 체험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은 특별히 몸의 체험이나 신기한 현상을 목격한 바가 없어던 터라 ‘나에게는 왜 그런 체험이 없나’ 하는 생각을 간간이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빌딩 청소 일을 하고 있던 그 날 맡은 청소구역은 넓은 홀의 큰 기둥을 닦는 일이었습니다. 청소구역이 높다 보니 2m 정도 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둥에 사다리를 기대어 놓고 한참 동안 세척작업을 하던 중 느낌이 조금 이상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다리 발판이 균형을 잃어 발판 4개중 3개가 바닥에서 붕 떠있었습니다. 조금만 한쪽으로 치우쳐 움직이면 그대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놀라기는 커녕 ‘사다리가 왜 이렇게 됐지?’ 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한 쪽 사다리를 손으로 툭 치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작업을 계속하였습니다. 작업을 끝내고 다시금 그 상황을 생각해보니 그렇게 대처했던 자신이 신기하게 여겨졌습니다.  

청소일을 하는 건물에는 호텔에서 직영하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행사가 예약되어 바쁜 날은 레스토랑 직원들이 식자재들을 옮기느라 분주합니다. 그 날은 오전부터 행사준비가 있는 듯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던 중 어느 한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레스토랑 직원이 큰 식자재 카트를 밀며 들어오려 했습니다. 직원이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카트를 미는 순간 바퀴가 엘리베이터 문틈에 걸려 덜컹거리더니 큰 냄비가 위로 솟구쳐 오르며 냄비에 담겨있던 뜨거운 스프가 제 머리 위로 쏟아져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자넨 괜찮은가?’하고 그냥 웃으며 난감해하는 그 직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습니다. 그 직원이 연신 죄송하다며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난 괜찮으니 행사 준비 어서 하라’고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엉망이 된 옷을 닦아내고 스프를 씻어내면서 생각해보니, 웃으며 대할 수 있었던 마음은 나도 모르게 자리잡은 마음이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은 가운데서 일어난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화를 내며 부주의하게 움직인 직원을 탓하는 말이 먼저 나갔을 것입니다. 두 가지 일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마음이 함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일로 하여 평정한 마음으로의 변화가 어떤 체험이나 현상보다 더 큰 은혜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