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국민들은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안기부)에 의해 자행된 불법도감청과 거기서 나온 소위 ‘ X 파일’의 내용으로 인해 분노가 들끓고 있다.

처음 MBC에서 이에 대하여 보도했을 때 온 국민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 내려져 온 정치·재벌·언론·검찰의 검은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나는 통쾌함과 동시에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 진실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진실은 조그만 틈에 뿌리 박고 자라나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야생화이다. ‘부패된 권력은 파헤쳐 뽑아버려야 한다. 정의가 살아 숨쉬는 사회가 이제는 되어야 한다.’ 진실은 이렇게 외치며 조그마한 틈을 비집고 나오는 것이다. 국민은 진실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에게 실망을 주는 정치권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청와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에서는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설왕설래하고 있다.

결국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참여연대의 고발에 의해 검찰에서 이 건을 수사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이러한 논의는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X파일의 내용은 후속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겨우 테이프 2개에 담긴 내용가지고도 나라 전체가 들썩들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은근히 걱정도 된다.

하지만 누가 수사를 하느냐의 수사주체의 문제, 즉 떡값 검사들과 연관된 검찰이 수사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정당성문제가 있고, X파일의 내용을 어느 정도 공개할 것인가 아니면 다 할 것인가 하는 통신비밀보호법과 국민의 알권리 중 어느 것을 보호할 것이냐의 문제 등 여러 난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수사주체의 정당성문제를 검토해 보자. 검찰은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관행과 같은 것으로 자신들과 직무상 상하관계로 얽혀있었거나 X파일에서 드러난 소위 ‘삼성장학생’ 검사들이 전방위적으로 검찰에 포진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검을 하든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대책기구를 만들어 완전히 외부세력과 격리된 청렴한 인물들로서 수사를 하여야 할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과 국민의 알권리의 문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면 법률적인 면에서 통신비밀보호법상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불법도감청된 내용은 밝혀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거나 불법으로 도감청된 자료는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내용을 밝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온갖 법률논리와 법적 수식어를 동원해서X파일의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세력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주장을 하며 서로 밀고 당길 때 하나의 돌발사태가 생겼다. 바로 민노당의 노회찬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그는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여 실명을 거론하며 소위 ‘떡값검사’가 누구라고 나팔을 불어제친 것이다. 거명된 자들은 당시 고위급 검사들로서 수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자 거명된 전직 검사들은 전부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현직에 있던 김상희 법무차관은 즉각 사표 제출하여 수리되었다.  

노의원의 이러한 행동은 눈치나 보고 말로만 떠드는 철새 정치인과 무늬만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은 정경검언의 실체가 무엇이며 그러한 커넥션을 완전히 뜯어고쳐 깨끗한 정치·경제·사회·문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양심이 살아있는 사회를 우리는 원하는 것이다.* 김종만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