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영(82세,  입교일: 2004.10.31)

작년 가을, 길을 지나가던 중에 우연히 저의 눈길을 끄는 글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도령’이란 글자였지요. 제 평생 그렇게 갈구하던 글자였기에 그것을 본 순간, 저는 이미 승리제단에 온 것이나 다름없었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저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게 했던 그 ‘정도령’이란 글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증조부님 대에서 저희 아버님 대까지는 모두 4형제였습니다만 제 대에 이르러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아들이 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께서는 집안에 아들이라고는 저밖에 없어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우셨습니다.

그 영향으로 집과 보통학교(일제침략기간이라 지금의 초등학교인 셈) 외에는 다른 곳을 알 수도 없었지요. 다른 친구들은 이웃 마을이나 다른 지방으로 다닐 수도 있었지만 저의 경우는 조금만 다른 곳에 가면 부모님이 항상 다칠까봐 따라다니셨기에 다람쥐 쳇바퀴돌듯 집과 학교만 왕래하였고, 그 결과 중요한 한문과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세월이 흘러 30대 초반정도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살던 부락에 청주 곽씨 종손이 살고 있었는데 그 분의 아들은 4형제였습니다.

그중, 둘째는 자수성가한 사람으로서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하루는 이상한 꿈을 꾸었답니다. 꿈속에서 원주에 있는 치악산이라는 곳에 갔는데 토굴 같은 곳에서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로 오라고 지시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똑같은 꿈을 사흘째 계속 꾸게 되니 예사 꿈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모든 일을 접어두고 직접 찾아가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꿈속에서 보았던 그 치악산의 토굴을 찾아 헤매다가 겨우 찾게 되었는데 그 속에 어떤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답니다. 그 할아버지가 ‘그래, 자네가 여기 올 줄 알았다. 그 동안 공부는 얼마만큼 하였는가?’ 이런 말을 듣게 되니 그 둘째는 그만 집에 가지도 못하고 거기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가 보여주시는 책이 있었는데 이름이 ‘정역(正易)’이었다고 합니다.

그 책은 아주 얇았는데 저자가 김일부 선생님이었고 시중에 나와 있는 정도령 책자의 원본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몇해 동안 그 둘째는 토굴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가르쳤던 그 할아버지는 사라졌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지금까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여하튼 몇 년 뒤 둘째가 마을에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처음 들어본 근사한 말들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한문공부를 못했기에 말은 근사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판단하기에는 꿈을 꾸고 타향에 갔다왔기에 미친사람으로 취급했었지요. 그렇지만 제가 직접 들어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바른말이었고 틀린말이 한마디도 없었기에 ‘저것을 배워봐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 둘째에게 ‘정역’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절대로 빌려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수첩에 필사를 하였답니다. 저도 한문지식이 짧았기에 그냥 있는 그대로 똑같이 베낄 수밖에 없었지요.

그 당시 고서나 비결서를 사람들이 본 이유는 새로운 세상, 신천신지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두읍자손이 되려고 했던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지금은 두읍자손이라는 말이 없지만 그때는 흔했던 말이지요. 자기 성의 시조가 되는 것인데 다시말하면, 자신이 어떤 성의 1대손이 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경주 땅에 가서 거기서 크게 성공을 하게 되면 경주 이씨의 1대손이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땅을 팔아서 미륵불교나 천도교, 천주교, 불교 등으로 가서 두읍자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던 것입니다.

그 ‘정역’이라는 책을 해석하기 위해 경찰국에도 가보았고 중앙청에도 찾아갔었지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역사편찬위원회에도 찾아갔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옛날의 도리나 사람의 상봉하는 의리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요.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정역’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살았답니다. 나이가 들어 심심할 때면 서울 한복판에 있는 탑골공원(일명 파고다공원)에 자주 놀러 갔었지요. 거기에 가면 별 사람들이 다 있는데 서예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당도 있고 사주팔자 보는 사람도 있지요. 거기서도 ‘정역’에 대해 물어보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한날은 종각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서 있고 패널이 있는데 패널 속의 정도령이란 글자가 저의 뇌리로 파고들었습니다. 정도령이란 글자를 보는 순간 ‘아하! 정도령이 정역이구나.’ 이렇게 생각이 들었고 최석중 부회장님과 다음날 역곡역에서 만나 승리제단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그렇게 궁금하게 여겼던 정역(정도령)에 대해 이제는 속시원하게 알게 되었고 그 주인공을 볼 수가 있으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사명은 지금까지 승리제단에서 배운 학문을 제가 아는 데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하철을 타면 저와같은 노인들에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를 한다’ ‘알아야 면장한다’ 이런 말들을 인용하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들어보았다고 대답하는데 그때부터 정도령님에게서 배운 학문을 조금씩 알려주면서 전도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하튼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이 영생의 진리를 한번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구술정리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