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유교사회인 우리나라에 가부장적 상징을 완전히 깨뜨리는 획기적인 뉴스가 올해 두 개가 나왔다. 첫째는 소위 ‘딸들의 반란’으로 알려진 ‘여성의 종중(宗中)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는 7월 21일자 대법원 판결이고 둘째는 올해 초 호주제 폐지를 근간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소위 ‘딸들의 반란’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종중의 후손들에게 종중에서 소유했던 재산을 나누어 주면서 성년 남자에게는 1억 5천만원, 미성년 남자에게는 1650만~5500만원, 출가하지 않은 성년 여성과 며느리에게는 3000만~3300만원씩, 출가한 여성들에게는 ‘종중의 구성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한 푼도 주지 않다가 결혼한 딸들이 격렬히 항의하자 종중은 나중에 며느리들보다 적은 220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분노한 출가 여성들이 ‘종회회원확인 소송’을 수원지법에 내면서 시작되었다.

1,2심 재판부는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판례를 근거로 모두 종중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1,2심 판결은 ‘관습상 종원을 성년 이상 남자로 단정하는 것은 헌법상의 남녀평등권, 양성평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재판부가 아닌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재판부에 회부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사법사상 최초로 공개변론을 열어 양측 대리인, 이승관 성균관 전례위원장과 이덕승 안동대 법학과 교수 등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직접 묻기도 하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성인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만을 종중(宗中) 회원으로 자격을 인정해온 관습과 수십년 된 판례를 깨고, 13명의 대법관 전원일치된 의견으로 ‘여성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판례를 내놨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중 회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의 관습은 1970년대 이후 사회환경과 국민의식의 변화로 인해 법적 확신이 상당히 약화됐다’며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에서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남녀평등의 원칙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여성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특히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서의 민주성과 평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성균관을 비롯한 유림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남녀평등은 모든 분야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족법 분야에서 양성평등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단체들은 여권운동을 통하여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결과 관련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이뤄져 왔다고 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도 그렇다. 1957년 민법 개정 후부터 가족법 개정 때마다 남녀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여성계가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47년이 흐른 올해에 와서 드디어 3월에 폐지되었다. 요번 ‘딸들의 반란’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종중자격인정’은 호주제 이후 가부장제의 마지막 상징을 없앤 기념비적인 판결이 되겠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통사회 가족제도 속에서의 남녀차별 문제가 더 많은 곳에서 제기되어 완전한 남녀차별철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권신장과 남녀평등의 헌법상의 원칙은 투쟁을 통하여 쟁취되어 온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다.* 김종만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