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되자 우회적인 본고사 부활이 아니냐 하는 문제로 논쟁이 뜨겁다. 논쟁의 핵심은 서울대 입시안에서 말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실질적으로 본고사 부활인가 아닌가라는 점이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부가 발표한 2008년도 입시안의 내용을 알아보는 것이 순서이다.

교육부의 2008년도 입시안 주요 내용은 생활기록부 반영비중 확대, 내신을 9등급, 수능을 9등급으로 하고 대학별고사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교육부는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21세기는 단순히 시험성적이 높은 학생보다 창의력·문제해결능력·특기·리더십·봉사성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춘 학생이 우수학생이므로 대학들도 과거와 같이 시험성적과 석차만을 강조하는 ‘선발경쟁’에서 벗어나, 소질과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발굴하여 교육시키는 ‘교육경쟁’체제로 전환해줄 것을 주문하였다. 이는 한마디로 살인적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내신중심의 입시안이라고 하겠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27일 발표한 서울대 2008년 대학 입시요강의 주요 내용은 첫째, 수능을 자격시험으로만 활용하고 내신반영을 현행 5% 수준으로 묶고 둘째, 논술시험범위를 통합교과로 두고 영어지문을 내거나 각 학과목에 대한 지식을 묻는 다수의 문제도 출제할 수 있으며 셋째, 특목고 동일계 특별전형을 포함하지 않고 특기자 전형을 확대하고 넷째, 입시사정관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입시요강 중 가장 문제가 되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서울대가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하고 내신성적을 실질적으로 5%만 인정하는 한에 있어서 본고사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의 당락이 논술에 달려있게 되는 데에 있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당연히 교과과정에서 터득할 수 없는 내용을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되자 많은 학생들이 내신으로 대학에 갈 수가 없다고 하면서 학원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한다.

또한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과 특기자 전형은 서울대가 우수학생을 독식하는 이기적 입시안으로 풀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모든 학생들은 서울대를 선망하고 있기 때문에 특기자전형은 특정분야의 우수학생들을 독식하게 될 것이고,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싹쓸이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서울대는 한국에서 가장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독점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시안은 더욱 인재를 독식하려고 하는 이기적 욕심이 보인다. 서울대는 보편적인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데려다가 세계 수준의 인재를 만드는 것이지 최고 수준의 학생들을 데려다가 보편적인 학생들을 만드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는 보편적인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데려다가 세계 수준의 인재를 만들지 못했다. 서울대는 상하이대나 홍콩대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는 우수학생 선발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 본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육부 입시안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2008년도 교육부 입시안은 공교육의 내실화와 사교육비를 없애기 위해서 고심 끝에 만들어낸 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선발방법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끝으로 이러한 논쟁은 대학서열제 타파와 고착된 학벌사회를 해체하는 진정한 교육개혁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밝힌다.* 김종만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