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신화에서는 님프인 시링크스(Syrinx)가 목신(牧神)인 판(Pan)에 쫓기다가 갈대로 변신하였는데 판이 이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그녀를 그리워하며 불었던 데 연유하여 갈대를 음악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갈대는 연약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어쩌면 휘둘린다는 고정관념의 희생자입니다. 그리고 그런 고정관념은 종종 인간에게 비유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말처럼.
그렇지만 갈대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갈대의 뿌리는 한 길을 넘습니다. 깊고 단단한 습지에 얼마나 잘 뿌리를 내리고 사는지, 그리하여 그 깊고 단단한 속내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자연을 얼마나 정화시키고 지켜내는지, 또한 자신까지 지켜내는지… 습지 위 갈대풀의 하늘거림만을 보는 자에게는 그저 힘없는 풀에 지나지 않겠지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뜨거운 태양과 거친 바람에 자신의 갸날픈 몸을 그저 내맡기고 있는 것 같지만 갈대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심지를 갖고 있습니다. 스러져가지 않는 한 갈대는 다만 흔들릴 뿐.
갈대를 보며 끝없이 간섭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그 깊은 심지를 느껴봅니다.* 정문이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