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생주의자 - 영생에 대한 실천 여부가 최고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 도래

1900년 12월, 미국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은 ‘100년 예측’이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20세기가 되면 미국의 인구는 5억을 넘을 것이며 잠수함이 개발될 것이다. 그리고 초점이 자동조절되는 카메라가 나올 것이며 새나 말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될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현됐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뒤, 美 월간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새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특별판에서 역시 신세기로의 초대장을 던졌다.

‘21세기에는 복제인간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줄기세포 또는 분화하기 전의 세포에서 맞춤 배양한 대체심장과 간 등으로 퇴화된 장기를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이른바 ‘맞춤인간’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각종 성인병을 미리 예방하는 식품이 팔리기 시작할 것이며 체육관에서 땀흘릴 필요 없이 간단한 처방만으로 크고 단단한 근육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 백신도 상용화될 것이다. ….’ 미국 의학자와 기계공학자, 언론인 총 18명이 내린 결론이다.

사실 100년전 미래예측은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인 흥미거리에 불과한 ‘꿈’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생명공학과 최첨단 전자공학을 토대로 한 생체공학적 미래(bionic future)는 이제 ‘현실’이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유전자 조작은 매우 쉬운 일이 됐기 때문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제시한 미래예측도 빠르면 10년 이내에 가능한 일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자 단순히 맞춤인간이 아니라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영생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잡지 특별판의 저자 중 한명이었던 <쿠르츠바일 테크놀러지>사의 최고 경영자 레이 쿠르츠바일은 얼마전 CBS 방송을 통해 20년내에 불멸의 세상이 온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노화에 관한 최고권위자 중의 한명인 캠브리지대 그레이 교수도 25년 내에 영생이 가능하다고 최근 매스컴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과학, 공학, 의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잇따라 영생의 가능성이 발표되고 있는 지금, 최근 급진적인 일부 두뇌공학자들도 이러한 영생의 물결에 합류했다.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한스 모라백 박사는 금세기에 영생하는 인간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는데, 그가 말하는 영생은 인간의 신체는 사라지더라도 두뇌를 컴퓨터나 로봇에 복사한 뒤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1천억개에 이르는 뇌의 신경세포들이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모든 신호를 미세한 센서로 스캔해서 데이터 뱅크에 정보를 담겠다는 것이다.

그는 로봇 지능의 진화 속도가 과거 인류보다 약 1천만배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10년 뒤면 도마뱀의 지능을 갖춘 로봇이, 20년 뒤면 쥐, 30년 뒤면 원숭이, 그리고 50년 뒤면 인간의 지능 수준에 버금가는 로봇이 탄생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두뇌공학자들의 이러한 영생이론에 IT업계도 찬성하고 나섰다. 지난달 22일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에서는 브리티시 텔레콤(BT)의 이언 피어슨 미래학 팀장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2050년이면 인간의 의식을 슈퍼컴퓨터로 다운받아 저장할 수 있으며 2075∼2080년까지는 이 기술이 널리 보급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육체가 소멸되더라도 죽는 것이 아니며 사실상 영생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종교적인 영혼불멸이 과학적으로 실현되는 셈이다.

요컨대, 현대의 과학자들은 모두 영생을 신봉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 중에서 어떤 이들은 냉동인간이 되어 영생을 이루려 하고 있고 어떤 이는 사이보그를 통해 영생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만의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서 자신의 의식을 다운로드해서라도 영생을 이루고야 말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겨우 웰빙이 조금씩 정착되기 시작한 반면, 서구사회에서 웰빙은 이미 식상한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금 영생을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벌, 돈, 외모, 실력이 아닌 영생에 대한 지식, 실천여부가 최고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 영생만이 최고의 서바이벌 코드가 되는 시대가 바로 코 앞에 와 있는 것이다.*   구미숙 기자

 Immortal Korea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요약

지난 5월, 세계인들의 영생에 대한 희망을 더욱 부풀게 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또 일어났다. 불과 수개월 전에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가 급진전되어 또다시 세계를 뒤흔든 것이다.

그 연구의 핵심은 바로 환자 자신의 체세포 핵을 가지고 줄기세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타인의 줄기세포로 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거부 반응을 막을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작년에 비해 복제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할 때 줄기세포 채취 성공률이 15배 이상 향상되어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이 한결 더 쉬워졌다. 즉 난자 제공자 한두 명만 있으면 환자를 치료하기에 충분한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황우석 박사의 말대로 네 개의 문을 한꺼번에 열어젖힌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네 개의 문이 더 남아 있습니다. 즉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것과 분화된 뒤에는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게 하는 방법, 그리고 종양으로 돌변하지 않고 정상 세포로 남아 있어야 하는 안정성도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의 쾌거로 안정성 확보에 대한 연구와 임상 실험들이 줄을 잇게 될 것이고 늦어도 15년에서 20년 뒤에는 줄기세포 이식 전문병원이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 때쯤이면 각종 만성질환, 예를 들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씨병, 당뇨병, 심지어 척수마비까지도 난치병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