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을 나와 21일이 지났을 때부터 주님께서는 말을 하면 은혜가 쏟아진다고 하시면서 ‘입에 재갈을 물어라’라고 지엄하게 강조하셨다. 그래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제단에서도 하루 하루 입밖에 내놓는 말은 세 마디를 넘을까 말까 했다. 친구들이 질문을 할 때도 세 번씩 생각하고 말을 꺼냈기에 대화는 자연 소원해졌고 입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서 생긴 변화는 가족들에게도 오해를 샀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미움의 파장을 받는 연단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그들을 진심으로 내 몸처럼 여기는 일은 하나님의 영이 많이 자라지 않은 나에게는 정말 버거운 짐이었고, 그래서 예배시간은 늘 눈물바다가 되곤 했다. 그렇게 애를 쓰고 노력하는 가운데 마음이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어하던 어느 날, 나는 예배 전 준비찬송시간에 털썩 주저앉아 30여분 간을 눈물로 통곡의 기도를 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누구든지 내 몸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주님!”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가운데 기도는 예배시간이 다 되어 가도록 이어졌고 예배시간이 되어 주님께서 단상에 서셨다.

그런데 주님은 “누구든지 내 몸처럼 여기는 건 하나님만 되는 거에요. 이 사람이 오늘 광주에 가야 하니까 비디오로 예배보세요”라는 말씀만 남기시고는 바로 단에서 내려가시는 것이었다. 매일 1시간 예배를 보던 때와는 달리 기도에 대한 화답의 말씀만 던지시고 그날의 예배는 끝났던 것이다.  

항상 주님께서 나의 마음을 햇빛처럼 환히 비쳐보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날의 체험은 정말로 주님이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체험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하나님 안에 살고 있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