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을 세가지 독이라고 하여 이에서 벗어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설파한 석가는 사고(四苦) 즉 생로병사의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온다고 가르쳤다. 석가는 평생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함께 마을로 내려가 탁발을 하여 그들과 똑같이 먹으며  무소유의 청정한 삶을 살았다.

석가를 따르는 수행자들과 스님들의 바람직한 모습은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옷과 도구들만 지니고 있을 뿐 일체의 재물이 없는 가난한 구도자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가난한 것은 아니라 모든 중생을 다 제도하겠다는 우주보다 원대한 큰 뜻을 가지고 있었다.

석가 사후 진짜 중들은 그러한 뜻을 이루기 위하여 석가가 보리수 아래서 결사적 고행을 했듯이 토굴에 들어가 하루 한끼를 먹고 잠을 거의 자지 않을 정도의 용맹정진을 하며 한소식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대개 이름이 알려진 고승(高僧)들은 다 그런 전철을 밟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갖는 중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동아일보 4월 23일자는   모사찰의 주지 스님이 해외 원정도박을 했고 그 과정에서 외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동국대 일부 이사진의 부정 의혹, 조계사 옆 한국 불교역사기념관 내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실 인테리어 공사 관련 의혹, 전남 구례 화엄사 주지 스님의 국고 보조금 횡령 혐의 수사,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사찰 도난물품에 다이아몬드 시계와 골프 회원권이 포함된 사실 등 재물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하여, 불교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말법시대라 그런가. 석가는 이런 타락이 올 것을 미리 내다보았다.

즉, 죽음을 앞두고 설법한 경전인 월장경에서 석가는 자신의 사후 처음 500년을 정법(正法)시대, 다음 1천년을 상법(像法)시대, 그 다음을 말법(末法)시대라고 하여 자신의 사후 1500년이 지나면 불법이 땅에 떨어져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시대가 온다고 하였다.

지금이 석가 사후 3032년으로 말법시대가 시작된지 이미 1500년이 훨씬 지났으니 불법이 땅에 떨어질 만도 한 시점이다.(대체로 불기에 대해서 2548여년이라는 남방불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는데 원래 북방불기를 사용해 오다 갑자기 500여년을 줄인 남방불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석가는 불법이 떨어진 말법시대에 타락된 중들의 모습을 이렇게 말했다. “살기 위하여 먹고, 살기 위하여 중이 되고, 탐욕에다 명리를 추구하며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타인을 질투하며, 학문 수행의 길에서 멀리 물러나고 선행도 하지 않으며, 낮에는 남의 욕을 하고 그것을 즐기며 밤에는 잘도 잔다. 경전을 안 읽고, 그 대신 흥미거리의 책자나 좋아하며, 불교의 계율을 어기고 부녀자와 희롱한다. 속인과 어울려 물건을 팔거나 논밭을 사유화한다. 또 남과 다투기를 잘하고, 덕망이 있는 스님과 학문이 높은 스님을 질투, 배척하며 자리를 같이하기를 싫어한다. 무례하고 몰상식한 말로 타인을 매도(罵倒)하고 속인의 악덕을 찬미하며 아첨한다.<월장경>

말법시대에는 어떻게 수행하여야 할까? 사소한 계율이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지켜야 한다. 바늘 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마로 있듯이 아차 한번 실수에 천길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종만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