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의 절기 행사날은 해외 제단 성도님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날입니다. 언제였는지 뚜렷하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 날은 특히 한국에 자주 못오셨던 한 해외  제단 책임승사님께서 오셨고 예배 전에 접견실에서 주님과 말씀을 나누시게 되었습니다.

마침 카메라를 가지고 접견실에 있었던 저는 주님과 그 승사님께서 마주 앉으셔서 즐겁게 대화하시는 모습을 보니 함께 웃으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주 앉으신 상태에서는 촬영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사실 성도님들이 대화를 하시는 중에 그렇게 따로 사진 촬영을 하기에는 시간적으로도 무리일 때가 많았답니다. 저는 그 마음 계속 가진 채로 있다가 다른 용무가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운 후 다시 접견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해외제단 책임승사님과 대화를 나누시던 주님께서 “이렇게 만나니까 너무 좋은데, 사진 같이 찍을까?”하시더니, “승사가 옆에 와서 함께 찍지 뭐”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지요.

그런데 몇 컷을 촬영하는 동안 주님께서 렌즈를 보시며 너무나 재밌다는 듯이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조금 의아했던 것은 그 모습이 평상시에 느꼈던 차분한 웃음이 아니라 어깨를 조금씩 들썩이시면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듯 그렇게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사진 찍으니까 좋아?’하시는 듯. 렌즈를 통해 주님과 눈이 마주치면서, 저도 자꾸 웃음이 나오는 중에 셔터를 누르면서도 뭔가 의아해 했답니다.심지어는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까요.

촬영이 끝난 후, 예배시간이 가까와 오기에 접견실에서 바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예배실로 내려가기 전카메라를 보는 순간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필름. 순간 ‘어찌 된 거야. 사진을 찾으실 텐데. 그 승사님께서는 분명히 사진을 찾으실거야. 내가 지금 뭘 한거야. 도대체…’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올 판이었습니다.

그리고 접견실에서 새 필름을 넣으려다 급히 다른 용무가 생겨 나왔던 기억이 스쳤습니다. 그 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제 마음 한 켠에는 ‘말씀드리기 죄송해서 어쩌나’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 사진을 찾지 않았답니다.승사님께서는 사진에 대해 분명히 찾으실 상황이었는데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지금도 그 상황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촬영을 하고 싶어하는 제 마음을 들어주시려고 그렇게 하셨구나 싶으니 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전 제 마음껏 열심히 찍었으니 이미 마음으로는 사진을 찍은 셈이었으니까요. 필름없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시고선 그렇게 웃으셨나 봅니다.*(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