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대부분 다섯가지 감각 즉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이라는 오감(五感)에 충실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현대인들도 가끔은 오감을 통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소위 여섯 번째의 감각인 육감(六感)이라는 것이다.  

육감의 사전적인 의미는 오관(五官)으로는 느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감각 즉 사물의 신비한 점이나 깊은 본질을 직감적으로 포착하는 마음의 기능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육감은 다분히 영적이며 종교적이다. 그런 탓에 육감을 연구하는 소수의 학자들은 오랫동안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의 영적인 수준의 향상으로 육감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동물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다각적인 실험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사람들보다 동물에서 육감이 작용하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대부분은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학계는 전두대피질(Anterior ingulate Cortex:ACC)로 알려진 뇌 부분에 육감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생명체들이 그러하듯이 생명체의 최종목적은 생명유지이다. 그래서 생명유지에 방해되는 위험요소에 노출되었을 때, 대개의 생명체들에게는 평상시와 달리 육감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방울뱀은 1000분의 1도의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으며 바퀴벌레는 원자 크기의 진동도 알아차린다. 또한 메기는 1km 떨어진 곳에서 1.5V 전류 흐름까지 느끼는데 이 외에도 동물의 초(超)감각에 대한 연구 보고는 많다.   

그렇다면 동물의 경우와 달리 인간의 경우는 어떤 매커니즘으로 육감이 발현되는 것일까? 미국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의 조슈아 브라운 교수는 어떤 갈등 상황을 처리하는 전두대피질(Anterior ingulate Cortex:ACC)로 알려진 뇌 부분에 이런 육감이 존재하여 위험에 대해 경보를 울린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의 뇌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미묘한 경고 신호를 포착하는데 훨씬 능숙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나 실수를 저지른 뒤에 ACC가 활동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ACC는 실제로 실수를 저지를 것 같은 때를 미리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떠한 행동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이에 대해 미리 우리에게 경고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육감은 일반인에게서도 가끔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베테랑 형사들은 수사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직감으로 용의자를 선별하여 추적하는 것이다. 이는 전문 용어로 ‘블루센스’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 블루센스를 활용하여 사건이 해결된 사례들이 학계에 많이 보고되고 있다. 물론 전적으로 그것에만 의존하여 수사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건들이 블루센스로 해결되어 온 이유는 그 수사관들이 그것을 믿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임상경험을 통해 더욱 그 감각을 단련시켰기 때문에 적중률이 점차 높아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모든 감각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육감도 훈련여하에 따라 키워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는 감각인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육감은 오감처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갖고 있는 감각의 하나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들이 그 존재를 믿건 그렇지 않건 대개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적어도 한 번이상 자신의 육감이 움직이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그런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활용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 자신이 그 감각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그 감각을 잊고 있거나 주변 환경이 너무 오염이 되어 위험한 파장의 신호가 여기저기 넘쳐나 특정 파장을 분별하는 센서가 마비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 뿐 아니라 각종 방송매체들을 통해서 흘려보내는 파장은 오감을 너무 지나치게 자극하여 거의 남아있지도 않은 육감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다.  

위험을 알리는 인체센서, 육감. 그러나 현대인들의 센서는 대부분 고장났고 그들은 안전불감증 환자로 진단받기에 이르렀다. 지구는 갈수록 더워지고, 자원은 점점 고갈되며 인구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불안한 이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금(金)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별(星)은 보이지 않게 되듯이 나를 사랑하게 되면 하늘이 주신 육감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나’를 버리는 것이 잃어버린 육감을 되살리는 방법이다.* 김태무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