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영생불멸 프로젝트’ - 저온생물학과 나노테크로
                                     냉동인간 부활 가능성 커져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시체를 미라로 만든 까닭은 영생을 소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미라가 살아난 적은 아직 없다. 그렇게 계속 죽어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영생에 대한 희망이 20세기 후반에 인체를 냉동시키기에 이르렀다.

2002년 8월 18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400회 특집 ‘영생불멸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냉동인간’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인체 냉동보존술(cryonics)은 죽은 사람을 영하 196도로 얼려 장시간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녹인 후 소생시켜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시도 중의 하나인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그 실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아 현재 그다지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사실 생명체를 얼려 장시간 보관한 뒤에 녹여 되살리는 저온 보존이 체외수정의 핵심기술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1954년에 이미 사람 정자의 냉동보관에 성공했으며 현재 냉동난자로 체외 수정된 아기는 1986년 독일에서 처음 태어난 이후 1999년 8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까지 7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세포인 난자나 정자와 달리 60조개 이상의 세포로 이루어진 냉동인간은 해동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세포의 손상을 피할 수가 없다. 딸기를 얼렸다가 해동해 본 사람이라면 그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체 냉동보존술(cryonics)은 죽은 사람을 영하 196도로 얼려 장시간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녹인 후 소생시키는 기술이다. 사진은 알코어 재단에서 냉동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 박사는 간암에 걸려 현대 의학으로는 사망이 불가피해지자 스스로 냉동인간 1호가 되기를 자처했다.

한 때 미국 CNN 방송에서는 4할대 타자였던 테드 윌리엄스가 냉동인간이 되길 원했는데, 그의 유가족들이 그를 화장할 것인지 냉동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하는 모습을 보도하여 그의 냉동여부가 미국 내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된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냉동인간은 더 이상 낯선 주제가 아니다.  

현재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 보존 서비스 조직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알코어 생명연장재단(www.alcor.org)’이다. 1972년부터 서비스를 제공 중인 알코어는 현재 100여명의 냉동인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위에서 언급한 테드 윌리엄스 뿐 아니라 미키마우스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왜 냉동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알코재단 회장인 제리 렘러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죽었다고 해도 미래의학은 그를 사체가 아닌 환자로 간주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냉동인간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이들을 환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직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50년 전 만해도 심장마비 환자가 오면 의사들은 죽었다고 봤는데 지금은 그런 환자가 멀쩡히 걸어다니지 않습니까?”

생명공학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데이빗 케키와크의 부인은 얼마 전에 죽은 그들의 부모를 냉동 보존했다. “저희는 부모님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의학적으로나 법적으로 사망이 선고된 사람도 꼭 죽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세포만 살아있다면 말이죠. 더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 자연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출산시 마취를 해서도 안됐으며 심장이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체에 행해지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자연에 위배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정작 냉동인간의 부활을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그 가능성들은 여기저기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생체 냉동과 해동에 대한 신비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인체 냉동보존술이 실현되려면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뇌를 냉동 상태에서 제대로 보존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해동 상태가 된 뒤 뇌의 세포를 복구하는 기술이다. 뇌의 보존은 저온생물학(Cryobiology), 뇌 세포의 복구는 나노테크와 관련된다. 그렇다면 인체 냉동보존술은 저온생물학과 나노테크가 결합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한 기술인 것이다.

사실상 나노테크는 최근 과학계에서 ‘수명연장’ ‘영생’이라는 단어와 거의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나노테크가 이렇게 크게 주목받는 것은 전기적, 화학적, 기계적 또는 광학적으로 이제까지 개발된 어떤 것보다 뛰어난 특성을 가지는 인공 물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적으로 사망이라고 선고할 수 있는 가사상태 즉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도 이 나노로봇이 이들 손상 부분을 복구시킬 수 있으며 냉동 보존되어 있는 사람들도 나노로봇이 활성화되면 모두 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2030년 경에는 나노로봇이 개발되어 2040년 쯤에 냉동 보존에 의해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그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데 아직은 그런 기술이 없는 만큼 냉동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이것의 옳고 그름과는 무관하게 ‘인체냉동’이 인류에게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는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생(生)을 전제로 한 배아줄기세포나 나노테크와는 달리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세포가 죽지않는 한 그 생명체는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 바로 생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요컨대, 굳이 첨단과학을 빌어서 설명하지 않더라도 ‘영생’은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향해야 할 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생이 그저 단순히 오래 산다는 의미보다는 ‘온전한 혹은 완전한 삶’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삶을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