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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결코 ‘남’으로 보지 않는다. 하나의 핏줄로 연결된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집안’이라는 혈연 집단이 이루어지고 대를 이어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여 왔다. 그 예로 우리 조상들은 자식이 없어 집안의 대가 끊기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조상의 제사를 계속적으로 지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식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살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TV에서 어느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때, 젊은 아버지가 어린 자식을 두꺼운 이불로 감싸 안고, 자신을 밑으로 향하고 자식을 위로 향하도록 하여 고층에서 뛰어내려서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어린 자식은 아버지의 희생으로 무사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와 같은 희생들은 자식을 남으로 여기는 마음이 무의식 속에서라도 털끝만큼이라도 남아 있었더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겠다. 오히려 무의식 속에서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이 현실적으로 자신의 대를 잇기 위하여 행하는 필사의 노력은 불교나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윤회나 내세관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오히려 자식이 부모의 내세, 곧 미래세이며 부모는 자식의 전생에 해당된다고 말하는 것이 유전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오늘날,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은 행하고 악은 피해야 한다”는 도덕적 압력에 대하여 굳이 사후 세계나 윤회를 생각하지 않아도, 즉 이 현세만 가지고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어느 집안에서 나쁜 습성이 있다고 할 때, 이 습성이 당대의 사람들에 의하여 생겨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습성을 고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자손들이 노력하여 나쁜 습성을 개선한다면 그 다음 세대는 더 좋은 유전 형질로 개선되어 내려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상들을 통하여 쌓아온 죄업도 그 후손들의 노력으로 인하여 그 만큼 소멸될 수 있다고 설명되어질 수 있겠다.
실생활에서 수도를 통하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습성, 좋은 형질은 잘 보존하고, 반대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쁜 습성은 개선하여 좋은 형질을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그것이 바로 조상들의 선업을 빛나게 하는 것이며, 동시에 조상들의 악업을 갚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한다.* 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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