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에서 교육을 마치고 십수 년간 교편을 잡았습니다. 그랬던 것이 교육청에서 발간하는 장학홍보지의 편집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하여 전혀 뜻하지 않았던 쪽으로 인생의 진로가 바뀌어졌습니다. 당시, 출판가를 점령한 여성잡지들이 대체로 性的으로 문란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화보를 실어서 사치를 조장한다 하여 부산의 교육계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몇몇 뜻있는 모자님들과 지방유지들이 모여 ‘청소년의 공부방에 두어도 전혀 해가 안 되는 여성지’를 표방하며 새로운 월간잡지를 출판하기 시작한 것이 결국 천직을 바꾸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느 날 지인이 던져준 한권의 책이 저의 인생을 또 한 번 크게 전환하였습니다. 김은태님이 쓰신 <성경 속의 참진리>를 처음 대하고 별 생각도 없이 첫 장을 들추었더니 거기에 평범하게 생긴 한 얼굴이 있었습니다. ‘이 이가 누굽니까, 별로 잘 생기지도 않았네요’ 했더니 그 지인이 ‘알맹이를 보지 않고 껍데기만 보는군’하고 퉁명스레 말하였습니다. 저는 문득 사진 속의 주인공에게 미안쩍은 생각이 들어서 별로 읽고 싶지 않지만 읽어보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근숙(승사, 본지 편집국장)  

저는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주님이라니! 구세주라니! 교회 집사였던 저는 당연히 사진 속의 인물이 주님도 구세주도 아니기를 바랐지만 책장을 뒤로 넘길수록 제 의사와는 달리 전개되는 명확한 논리에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습니다. 밤새워 성경구절과 대조하며 책을 다 읽은 저는 서점에 가서 다른 두 권의 책을 사서 즉시 읽어보았습니다.

<정도령>과 <팔만대장경의 비밀장> 그리고 <성경 속의 참진리> 해인출판사에서 발행한 이 세 권의 책은 저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버렸습니다. 구세주고 정도령이고 미륵부처라는 이가 출현했다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힘-그것은 반박할 수 없는 논리이면서 신령한 힘이기도 했습니다-에 이끌려 제단을 찾게 되었고 21일 과정을 거쳤으며 연합예배에 참가하기 위해 역곡으로 올라온 그날로 주님으로부터 신문사 근무의 명을 받아, 뜻을 세워 경영하던 잡지사의 일을 채 정리도 못한 상태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한때 사치와 열락에 심취하기도 했던 제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십 삼년을 꼬박 주님께 사로잡혀 있습니다. 지금의 제 속에 당신을 두려워했던 처음의 마귀보다 당신을 흠모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심령을 변화시켜 주신 주님 당신의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엊그제까지도 미워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제 마음에 육친처럼 사랑스럽게 자리하게 될 때 그 때는 정말로 살맛이 납니다. 그러다가도 다음 순간 다시 심사가 뒤틀리고 미워하는 마음이 솟구치면 그 때는 무저갱으로 한없이 떨어져 내리는 두려움과 비애를 겪으며 다시 사랑의 주님께 매달리게 됩니다.

저의 신앙에 크게 도움을 주는 순간은 성도님들의 간증을 정리하는 일을 할 때입니다. 오랜 신앙생활에서 우러나는 주님을 향한 사랑과 동경을 눈물로써 간증하시는 노권사님들, 그분들을 대하는 일은 제게 주어진 큰 기쁨이고 특권입니다. 승리신문의 어느 한 귀퉁이, 어느 짤막한 귀절인들 주님을 증거하지 않는 글이 없기에 모두가 소중하지만 구태여 택일을 하라고 하면 <신앙간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신문사 직원들의 생각이기도 하고 많은 신도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은혜를 쏟는다’고 하시면서 간증게재를 꺼리시는 분들을 대하면 안타까워집니다. 신앙의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고 은밀한 것이기에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분들께 ‘아무쪼록 주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하면서 권면합니다. 간증을 하는 일은 주님을 증거하고 주님께 받은 은혜를 다른 형제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이기에 결코 은혜를 쏟는 일이 아니라고, 주님께서도 간증하는 성도님께 더 큰 은혜를 부어주실 것이라고 거듭하여 말씀을 드립니다.

언젠가는 신도님들의 간증담을 엮어 소담스레 책자를 만들 계획도 가져봅니다. 오늘도 이렇게 글로써 주님을 증거하며 행복하고 달콤한 홀로의 시간에 젖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