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 / 85세, 마산제단 권사

저는 예전 같았으먼 고려장을 치르고도 육신이 이미 흙이 되어 버렸을 나이가 되도록 살고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제 나이쯤 되면 신체의 몇 군데쯤 고장이 나서 살아 있다고 해도 산 목숨이 아닐텐데 저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이 열일곱에 종가집 며느리로 시집을 왔습니다. 와서보니 집안이 넓고 가풍이 엄해서 시집살이가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한 달에 2~3번 제사는 기본으로 일이 많고 힘들었지만 시부모님께 순종하며 착실히 살다보니 주위로 부터 손끝 야무지고 시부모 잘 모신다고 효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럭저럭 아들 넷, 딸 넷 팔남매를 길러 아무 문제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한학자였던 남편은 유순한 사람이었으며 가정을 잘 경영하였지만 아녀자인 저로서는 농사짓는 일이 힘겨웠습니다. 직접 씨를 뿌리거나 모를 낼 때도 그랬지만 일꾼들의 식사를 짓고 논밭으로 직접 나르는 일은 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63세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한 후 가장이 없는 가운데 하는 농사일은 제게 더욱 벅찼습니다. 게다가 수십년간 무거운 식판을 논밭으로 나르는 일을 한 탓으로 목과 팔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로부터 5년 정도 지났을 때 일입니다. 어느날 큰 아들이 마당에 심어놓은 감나무 다섯 그루를 톱으로 잘라버렸습니다. 감나무가 그 수한을 다하여 감을 충실히 맺지 않으니 늙은 감나무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목신(木神)이 노할 것 같아 두려웠지만 신식 교육을 받은 큰아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런데 나무를 벤 직후에 저는 팔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창 농사일이 바쁠 때 팔이 저리고 아픈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의 경우는 정도가 훨씬 더 심했던 것입니다. 저는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 촌부였지만 통증이 너무 심하다보니 딸에게 빨리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러자 딸애는 ‘한번만 안찰을 받으면 안 아프게 되는 곳이 있으니 그리로 갑시다’라고 하면서 저를 병원에 데려다 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안찰’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저는 병원에 가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려 결국 병원에 다녀왔지만 별 차도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큰 병원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딸애가 재차 강력하게 안찰 받기를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에는 딸이 이끄는대로 마산에 있는 승리제단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주님(정도령, 미륵불과 동일인)이라는 분을 뵙게 되었으며 팔을 안찰받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단 한번 안찰을 받았는데 신기하게도 팔이 아프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안찰을 받을 욕심으로 다니게 된 것이 어느새 주님과 정이 흠뻑 들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병원이 필요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들려주는 생명의 말씀, 영생의 비법이 듣기 좋아서 열심히 제단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팔이 나은 것뿐만 아닙니다. 저는 본래 마음이 여린 편이라 그런지 신경성 위장병을 심히 앓고 있었는데 어느새 위장병도 나았습니다. 전에는 음식을 먹으면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토하는 일이 잦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나은 것입니다.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불로초 불사약인 감로를 먹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 새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해 포도밭에서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다가 뱀을 만났을 때 주님께 ‘다시는 뱀을 보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렸더니 그 후부터는 몇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뱀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축복하여 주셔서 농사는 해마다 잘 되었으며 특히 아들의 하우스 농사는 늘 풍성하게 결실을 맺었습니다.

언젠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제가 긴 빗자루를 들고 거미줄을 쓸어내리고 있었습니다. 거미줄에는 모기랑 작은 벌레들이 가득 붙어서 보기에도 징그러웠는데 제가 말끔히 쓸어내린 것입니다. 꿈속에서는 제가 거미줄을 쓸어내렸지만 실제로는 주님께서 제 마음속의 마귀를 죽여주시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한학을 하던 남편이 가끔 ‘정도령님이 오시면 좋은 세상이 온다는데 그 때가 언제가 될런지...’ 하며 기다리던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정도령님이 오신 걸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옛날에는 밭에서 일하면서 ‘이 지겨운 농사일 언제쯤 끝날까’만 생각하고 힘들게 일했는데 제단 나온 후 주님 생각하면서 일을 하면 기뻐서 일을 언제 했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게 되었습니다. 발이 땅에 닿는지 내 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뛰어다니며 즐겁게 일합니다. 지금도 차를 두번씩 타고 제단으로 나가는 저를 보고 “동태같은 할매가 어디 다니노?”라고 이웃 사람들이 놀려대면 저는 ‘따라오지도 않으면서 묻기는 왜 묻노?’하고 마음속으로 말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늙은이 말이라 잘 안듣고, 제 또래 노인들은 다 세상을 떴으니 전도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전도도 못하였지만 딸들이 제단을 열심히 쌓고 있으니 크게 다행한 일입니다.

오늘도 보광하신 주님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뵈올 날을 고대하면서 제단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