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슬성신절 특집호에서는 신년을 맞이하여 독자 여러분들 가정에 올 한해도 즐겁고 기쁜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하며 연초에 들으면 도움이 될 만한 선지성현들의 지혜를 담았습니다.  

 조선의 대표 유학자인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은 우리나라 성리학의 대표적인 두 거목이다. 이 두 성인들께서 남기신 일화와 말씀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감명깊은 가르침을 주기에 새해 아침 읽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악 속으로 빠져드는 배움은 진정한 배움이 아니다
퇴계 이황   

어느 날, 퇴계 선생의 제자인 이덕홍이 퇴계 선생에게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자기만 못한 자는 벗을 삼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자기만 못한 자는 일체 더불어 사귀지 말아야 합니까?”

퇴계 선생은  그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을 하였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자기보다 못한 자를 사귀기를 좋아하고, 자기보다 나은 자를 사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지, 일체 더불어 사귀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다. 만일, 오로지 착한 사람만을 골라서 사귀려 한다면, 이 또한 치우친 행위이다.”

이에 이덕홍이 말하길, “나쁜 사람과 함께 하다가 차츰 그 속에 빠져 들어가면 어떻게 합니까?” 라고 다시 묻자 퇴계 선생은 “좋은 점은 따르고 나쁜 점은 고칠 일이다. 선과 악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만약 차츰 그 악 속으로 빠져든다면 그것을 어떻게 배우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씀하였다. 퇴계 선생이 만년(68세)에 선조임금께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 중에는 사람을 상대할 때 “상제 대하듯 하라”는 말씀이 있다.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에게서든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버림으로써, 자신의 내면 수양을 가장 중하게 여겼던 퇴계 선생은 “배움이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수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그 분의 말씀 가운데는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며, 신분제 사회에서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어떤 사람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실천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바, 오늘날 사람들은 퇴계 선생을 공자보다 더 위대한 성인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퇴계 선생의 말씀 중에 배움이 악 속으로 빠져든다면 배움(참다운 의)이 아니라고 말씀하였는데, 선함이 갖춰야하는 단호함은 남명 조식선생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선함과 단호함을 겸비한 선비
남명 조식

남명 선생은 평소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과 경의검(敬義劍)을 차고 다녔는데, 제자 김우옹에게 이 성성자를 주면서 말씀하시기를, “이 물건이 맑은 소리가 나서 마음에 경계가 되어 사람을 일깨우니 이것을 차는 것이 매우 좋다. 너의 옷과 띠 사이에 있어 모든 동작을 경계하고 꾸짖으니 너는 두려워하며 이 방울에 대하여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고 하였다.

동작 하나 하나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기에 그때마다 마음을 점검하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경의검에 씌여진 敬義(경의)의 뜻은 안으로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이 경(敬)이요, 밖으로 유혹을 단호히 끊는 것이 의(義)이니 내면의 튼튼한 수양과 그것을 통해 마음을 유혹하게 하는 것을 단호히 끊어버리는 결단력 두가지를 나타낸다.

“선을 좇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악을 따르는 것은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고 말씀하신 조식 선생은 창녕 조씨 특유의 강직함을 남긴 시에서도 잘 드러내고 있다.

온 몸에 쌓인 사십년간의 허물
천 섬 맑은 물에 모두 씻어 버리네.

만약 티끌이 오장에 생긴다면
바로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부치리

욕천(浴川 -냇물에 목욕하며)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남명 선생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수양을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길가의 바위에다 사람들이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을 보고 남명선생께서 남기신 말씀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한 지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대장부의 이름은 하늘의 밝은 해처럼 떳떳해야 한다. 훌륭하게 일생을 살았으면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것이다”  * 김정흠 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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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愛馬)의 목을 베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의 명장, 김유신

김유신은 젊은날 화류계에 명성이 자자했던 절세 미인 천관이 운영하는 술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녀의 미모와 학식에 탄복한 김유신은 자주 그녀의 집을 찾았고 천관녀와의 사랑을 키워갔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의 호된 꾸지람을 듣고 천관녀의 집에 발길을 끊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의 애마가 술에 만취한 김유신을 등에 태우고 늘 가던 천관녀의 집으로 데려가자 술에서 깨어난 김유신은 “네 이놈, 감히 네가 나의 뜻을 거슬리는 것이냐” 하면서 애마의 목을 순식간에 내리쳤다. 그 후 삼국을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하고 재상에 오른 김유신은 천관녀가 자신에게 한을 품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천관사를 지어 혼을 달랬다.

온갖 모함에도 변함없는 충성심을 지녔던
의병장, 중봉 조헌

중봉이 남달리 충성심이 강했다는 예를 그가 나라의 시책의 잘못을 알리는 상소를 12번이나 올렸던 것만으로도 능히 짐작할 수가 있다. 이로 인하여 파직, 귀양, 모함 등을 한몸에 받았으나 그의 변함없는 충성심은 한번도 흔들림없이 일관되었고, 그런 일을 당할수록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은 더할 뿐이었다.

이런 중봉이었기에 나라의 앞일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 영남과 호서 지방의 방어책을 지어 올리기로 하였고, 금산 군수인 김현성과 함께 영벽루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면서도 “명년 봄 왜군이 대거 우리 강토를 침입할 것” 이라며 임진란을 예언하기도 하였고 현재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대둔산에 올라서도 “내년에는 틀림없이 왜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나는 의병을 일으키어 임금님을 보위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은 내가 의병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거든 곧바로 나에게로 와 힘을 합칩시다” 라고 하였는데 과연 이 말이 후에 꼭 들어맞아 그 중 두 명이 중봉을 따라 순절했다. 그 후 중봉은 부인 신씨의 장례식에서도 왜적의 변란을 예언하여 총 3번에 걸쳐 변란을 예언하였으니 나라의 안위에 대한 통찰력을 짐작할 수 있다.

원래 조헌과 이발은 매우 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피차 정치적 의견을 달리 하여 절교하였으며 이발은 마침내 조헌의 예언과 같이 정여립의 모반사건에 관련되어 죽음을 당하였고 그의 어머니 윤씨도 잡히어 올라가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봉은 윤씨를 찾아가 술을 권하고 털옷 한벌을 바치니 윤씨가 감격하여 “지하에 가서 아들을 만나면 이 일을 전하겠노라” 고 말하였다 한다. 사소한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강한 의협심을 가진 중봉의 인간됨을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한평생 욕심을 경계하고 백성을 사랑한
토정 이지함

토정 이지함 선생은 조선 2대 정종의 후손으로 정 4품 벼슬이었던 이정랑의 딸에게 장가들었는데 초례를 지낸 다음 날 밖에 나갔다가 늦게야 돌아왔다.

집 사람들이 그가 나갈 때 입었던 새 도포를 어디에 두었느냐고 물으니, 홍제교(弘濟橋, 현재 서울 홍제 · 홍은동의 홍제천의 다리)를 지나다가 얼어서 죽게 된 거지 아이들을 만나 도포를 세 폭으로 나누어 세 아이에게 입혀주었다고 하였다.

그는 어려서 글을 배우지 못했는데 그의 형 이지번(李之蕃)의 권고를 받고 분발하여 학문에 주력하면서 밤을 새워 날이 밝도록 공부하곤 했다. 그리하여 경전(經典)을 모두 통달하고 온갖 사서(史書)와 제자백가의 책까지도 섭렵하였다.

그래서 과거에 응시하려고까지 하였는데 마침 이웃에 벼슬자리를 얻고 잔치를 베푼 자가 있었다. 그것을 본 그는 마음 속으로 천하게 여기고 과거 보기를 그만두었다.

그는 평소에 형제와 우애를 돈독히 하여 따로 거처한 적이 없고 상사(喪事, 집안의 사람이 죽은 불행한 일)와 제례에 있어서 전부 고례(古禮, 관례)대로만 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 섬기기를 살아 있는 이 섬기듯이 하였는데 형이 죽자 삼년간 상복을 입으면서 “형님이 실상 나를 가르치셨으니 이것은 형님을 위한 옷이 아니고 스승을 위해 입는 옷이다.” 하였다.

하루는 그 부친에게 고하기를, “아내의 가문에 길한 기운이 없으니 떠나지 않으면 장차 화가 미칠 것입니다.” 하고는 마침내 가솔을 이끌고 떠났는데그 다음 날 이정랑의 집에 화가 일어났다. 그는 사람들을 관찰할 때 그들의 현부(顯否,입신과 영락)와 길흉을 이따금 먼저 알아맞추곤 했는데 사람들은 그가 무슨 수로 그렇게 알아 맞추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처신하기를 확고히 하되 여색을 더욱 조심하였다. 젊은 시절에 팔도를 유람한 적이 있는데 수령과 군수가 이름난 기생을 시켜서 온갖 수단을 다하여 시험해 보았지만 그는 끝내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극기(克己)로 색욕을 끊었다.

또한 그는 열흘을 굶고도 견딜 수 있었으며 무더운 여름철에도 물을 마시지 않았다. 초립(草笠, 매우 가는 풀줄기로 결은 누른 갓=모자)을 쓰고 나막신을 신은 채 구부정한 모습으로 성시(城市)에 다니면 사람들이 서로 손가락질하며 웃었으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어떤 때는 천리 먼 길을 걸어서 가기도 하였으며 배를 타고 바다에 떠다니기를 좋아하여 자주 제주도에 들어가곤 하였는데 바람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조수의 시기를 알았기 때문에 한번도 위험한 고비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한번은 토정의 절친한 친구인 율곡이 찾아와서 그에게 성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토정은 대뜸 “나는 욕심이 많아서 할 수가 없소” 라고 했다. 이 말을 의아하게 생각한 율곡은 “공(公)은 무슨 욕심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토정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 마음의 향하는 바가 천리(天理)가 아니면 모두 욕심인데, 나는 스스로 방심하기를 좋아하고 승묵(繩墨,먹줄)으로 단속하지 못하니 어찌 욕심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또한 그는 항상 말하기를, “내가 1백 리 되는 고을을 얻어서 정치를 하면 가난한 백성을 부자로 만들고 야박한 풍속을 돈독하게 만들고 어지러운 정치를 다스리게 하여 나라의 보장(保障,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보증하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하였는데 말년에 아산군(牙山郡)에 부임하여 정치를 하게 되었다. 그는 진정 백성을 사랑했으며 그 사랑을 바탕으로 모든 폐단을 하나둘씩 고쳐 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병으로 죽게 되어 고을 사람들은 친척이 죽은 것처럼 슬퍼하였다고 한다.* 서창완 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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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백범 김구

백범 김구선생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독립을 염원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그 익숙한 이름을 다시 불러 보는 것은 그의 뜨거운 애국심을 배워 을유년 새해를 하나님이 되는 해로 삼기 위함이다.

백범 선생은 어려서부터 동학에 뜻을 두고 활동하였는데 그 시절 우리나라는 일본의 침략으로 전란에 휩싸이고 있을 때였다. 그 즈음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발발했으며 백범 선생은 이를 보고 오열을 하고 일본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여행길에서 우연히 일본인 중위를 만나게 되었는데 비록 국모를 시해한 범인은 아니지만 조선을 괴롭히는 일본의 끄나풀인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백범선생은 저놈을 잡아 국모의 원수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일본 중위 일행과 격투 끝에 모두 죽였는데 그것을 본 사람들이 백범 선생에게 빨리 도망가라고 하였다. 하지만 김구 선생은 “당당한 일을 했는데 내가 도망갈 이유가 없다.”며 모인 사람들에게 종이와 붓을 가져오게 하여 이렇게 적었다.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내가 이놈을 죽였노라. 해주 텃골 김창수(청년시절 이름)’

이를 보고서도 사람들이 여전히 백범 선생에게 도망가라고 하자 백범 선생께서는 ‘지금 왜놈이 궁궐 안에  들어와 왕비를 죽여도 백성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소. 허나 만일 내가 잡혀가 크게 소문이 나서 나라가 이렇게 위태롭다는 걸 백성들이 알아 모두 힘을 합해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나 하나쯤은 죽어도 좋소이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백범 선생은 감옥에 수감되었는데 결국 사형을 언도 받게 되었다. 이때 선생의 어머님께서 옥 뒷바라지를 하셨는데 매일 넣어주시는 밥을 백범 선생은 항상 펑펑 울면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간수가 “도대체 왜 우십니까?” 하고 물으니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매일 들어오는 밥이 다른데 그 이유는 어머니께서 구걸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겨우 얻어오는 이 귀한 밥을 매일 감사의 눈물로 먹은 것이었다.

김구선생이 항상 마음 속에 품고 다녔던 서산대사 휴정의 한시를 소개한다.

< 夜 雪 >

踏雪夜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 밤 눈 >

눈을 밟으며 밤길을 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니.*  

게으름을 경계하고 부지런함을 근본으로 삼은  
이순신 장군

 민족의 영웅이라 불리고 성웅으로까지 칭송받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후세의 소설가들이 굳이 허구적인 일화를 만들지 않아도 충무공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신화였다. 세계해전 그 어디에도 유래가 없는 133척과 12 척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이야기 등 유명한 일화들이 전해져 내려오지만 장군이 성웅이라 불린 이유는 단순히 전쟁에서의 승리 뿐 아니라 평소의 마음가짐과 행동의 올바름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당시 군대 역시 추운 겨울엔 작업량을 현저히 줄이는 방침을 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아무리 추워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했다. 진지 보수공사를 하던 도중 너무 날씨가 춥고 눈까지 내리자 병사들은 일을 중단하길 원했다. 그러자 이순신 장군 혼자서 진지를 보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던 병사들도 장군이 계속해서 혼자 보수 공사를 하자 더는 구경만 할 수 없어서 같이 보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몇 병사들은 끝까지 남아서 구경만하였는데 그들은 결국 모두 감기에 걸리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그 병사들을 따로 불러서 말하기를, “자, 보거라. 우리 모두가 이 추운 날씨에 열심히 일을 하였지만 우리 모두 병은커녕 감기하나 걸리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해지지 않았느냐. 앞으로 그대들도 게으름을 경계하고 항상 부지런함을 근본으로 삼아라.”며 훈계를 했다고 한다. * 김태무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