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의 군생활 마감

군에서는 지휘관이 예하 장병들의 근무평정표에 점수를 매기고 의견을 적기도 하는데 정도령님은 육군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적혔으므로 매번 제대원서를 적어내어도 제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육군 본부 인사과에 근무하는 동기생에게 물어보고서야 알게 되어서 정도령님은 편법을 쓰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전에 정도령님이 영모님에게 꿈 안찰을 받기 전에는 밤낮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몸이 쇠약해져 폐결핵 초기 단계에 있었는데 꿈 안찰을 받고 나서 그것이 깨끗하게 나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X-RAY를 찍어보면 그 부분이 희끗하게 찍혀나오므로 그것을 군의관에게 보여주면서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의가사제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점점 가혹해지는 연단

1963년 7월 31일, 정도령님은 장교생활 11년 만에 육군중위로 제대한 뒤, 열두 식구 부양가족을 데리고 소사 신앙촌에 입주했습니다. 그후 제대할 때 받은 퇴직금을 사기꾼에게 몽땅 사기를 당했는데 그러한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가진 돈이 떨어져 가족들이 굶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정도령님은 장사라도 해 보려고 신앙촌 내에 있는 공장을 찾아가 물건을 대주면 장사를 해 보겠다고 간청했습니다. 그런데 공장에서는 조중위 마귀가 왔다고 하면서 빨리 나가라고 떠미는 등 상대조차 하지 않고 쫓아냈습니다.

다른 공장으로 갔으나 거기도 역시 마찬가지로 당신같은 마귀에게 물건을 대주었다가는 함께 마귀로 찍혀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당신이 있으면 재수 없으니까 빨리 나가라 고 하는 바람에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예배에 참석하려고 오만제단에 올라가면 안내원들이 “마귀가 왔다.”면서 못 들어 가게 하고 주먹으로 귀퉁방이를 쥐어박거나 매를 때려 푸른 멍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 이야기를 가족들에게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앙이 없는 동생들이 눈치를 채고 혹 신앙촌 밖으로 나가버릴까봐 매를 맞아도 매맞은 표시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매를 맞은 날이면 매맞은 자리를 손으로 비벼서 푸른 자욱을 없앤 뒤에야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해가 진 후에야 집에 들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마다 정도령님은 가족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웃으면서 들어가야 했던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안내원이 문에 지켜서서 마귀라고 예배를 못 보게 하는 고로 영모님 설교말씀을 멀리 숲에서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소리로만 들어야 했고 그토록 보고 싶은 영모님 얼굴을 뵙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예배 인도차 오만제단에 올라가실 때 차에 타신 모습만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다 스쳐지나가는 정도로라도 뵈올 수 있을 때는 너무너무 감개무량하고, 반갑고 고마운 고로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곤 했습니다. 또 영모님이 단상에서 예배를 마치고 승용차로 내려 가실 때에 정도령님은 급히 달음질쳐서는 도로변에 서서 영모님께 인사를 드리곤 했는데 그 때마다 구슬 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떤 때는 영모님께서 차를 잠깐 멈추신 뒤 정도령님에게 “요즘은 어떻게 지내?” 하시며 물어 보시곤 했는데 영모님께서 정도령님의 눈물을 보시면서 당신께서도 눈물을 글썽이시며 가시곤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안내원들은 예배시간만큼은 제단 맨끝 구석자리에 앉아 예배 보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황송하여 눈물로 예배를 보았고 어떤 경우에는 안내원을 피하여 제단 안에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들키면 매를 맞으면서 끌려 나왔습니다.

이뿐 아니라 “조중위는 마귀”라고 하면서 오만제단 주일학교 반사를 하던 여동생을 “조중위 마귀의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제명해 버렸으며 남동생이 신앙촌 안내원으로 있었는데 마귀동생이라 하여 안내원에서 제명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동생들은 “형님, 신앙촌에서 나갑시다. 형님같이 충성하는 자를 마귀라고 조롱하니 여긴 있을 곳이 못 됩니다”라고 하면서 모두 나가자고 졸라댔습니다.

그러나 정도령님은 “아니야, 성경에 사랑하는 자를 징계한다는 귀절이 있지 않느냐? 하나님께서 몹시 사랑하시는 고로 징계하시는 것이야” 하며 동생들을 달랬습니다.

신앙촌 내에서 마귀로 찍혀 모두들 외면하는 고로 공장에도 나갈 수 없고 공장의 물건도 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정도령님 집에는 쌀이 떨어지고 먹을 것이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정도령님은 김포 큰아버지댁에 가서 쌀을 좀 빌려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러자 큰 아버지는 “야, 이 새끼야, 집 팔아서 신앙촌에 들어간 미친 자식이 무슨 낯짝으로 여기 와서 쌀 타령이냐? 너같이 정신 못차리는 새끼는 굶어 죽어도 마땅해”라고 욕설만 퍼부었습니다. 그래서 영등포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를 찾아 가서 말씀을 드렸더니 작은 아버지는 한 술 더 떠서 욕을 할 뿐만 아니라 발길로 차고 귀싸대기를 갈기는 고로 할 수 없이 울면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렇게 박대를 받고 때로는 영등포에서 소사 신앙촌까지 차비가 없어 밤늦도록 걸어와야만 했습니다. 걸으면서 정도령님은 ‘하나님, 저는 굶어도 좋으나 신앙이 없는 가족들은 한 사람도 버리지 말아 주옵소서’ 하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신앙촌에 있는 집에 와서는 2층 골방에 올라가 ‘하나님께서 불쌍히 보시고 죽게 된 인생들을 이 거룩한 땅에까지 끌고 오는 것을 허락하셔서 소사 신앙촌에 입주를 시켜 주셨사오니 이 열두 식구를 여기서 나가게 할 수는 없사옵니다. 부디 길을 열어 주옵소서’라고 애원하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가족들은 쌀이 떨어졌다고 아우성이었으나 ‘돈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