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 북부의 내륙현 닛꼬(日光)라는 곳에 국제 관광 명소가 있다. 이 곳에는 자신이 죽으면 신으로서 받들도록 하라는 도꾸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2-1616)의 유언에 따라 동조궁(東照宮)을 건립했는데, 경내에는 2마리의 백마가 사는 신구사(神廐舍)라고 하는 마굿간이 있고 그 난간에 8쪽의 그림책 같은 ‘세마리의 원숭이 얘기’ 조각이 걸려 있다.

난간에 길게 걸려 있는 이 그림 중에서도 2번째의 그림 삼원도(三猿圖)가 가장 유명하다. 그것은 원숭이의 모습을 빌려 인간을 풍자하고 있다.

의마심원(意馬心猿) 즉 ‘뜻은 날뛰는 말과 같고 마음은 떠드는 원숭이와 같다’는 의미의 비유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말과 원숭이의 마이너스적인 관계 설정에도 불구하고 왜 백마의 마굿간 난간에 삼원도(三猿圖)의 조각을 걸어 두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일본 역사의 므로마찌(室町) 시대까지, 원숭이는 말을 병마에서 지켜준다고 하여 원숭이를 마굿간에서 말과 함께 기르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삼원도(三猿圖)는, 미자르(見ざる), 이와자르(言わざる), 기까자르(聞かざる) 즉, ‘보지않고, 말하지 않고, 듣지 않는다’는 표현을 세마리의 원숭이가 각각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입을 가리고, 귀를 가린 형상으로 조각한 것이 특색이다. 물론 이 조각은  보는 사람마다 나름대로 그 해석도 자유롭겠지만, 원래의 뜻은 아기 원숭이는 나쁜 것을 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듣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인간 사회에서는 말 할 필요도 없이 타인의 그름을 보지 않고, 타인의 그름을 묻지 않고, 타인의 그름을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도덕관이나 교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우리나라의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한국 여인들의 고된 시집살이를 풍자한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엿보이는 한편, 오늘날 승리제단에서 정진하는 우리들이 지켜 나아가야 할 자유율법의 덕목인 [누구든지 내 몸처럼]의 근간과 같은 것이 재치있게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서 더욱 흥미롭다.

24년의 승리제단 역사를 돌아 보니, 원숭이 해는 주님께서 이긴자가 되시던 1980년 경신년을 시작으로 1992년 임신년, 그리고 신년의 갑신년 원숭이 해 까지 세번의 원숭이 해를 맞이한다.

그 동안 구세주께서는, 눈길로나 마음길로나 입술로나 죄를 짓지 말아야 구원이라고 지금부터 4반 세기 전의 원숭이 해에서 부터 갈파해 오셨다.　이 보다 더 확실하고, 이 보다 더 살아 있고, 이 보다 더 실제적인 율법은 땅위에는 없다. 스스로 형제의 그름을 보지 않고, 형제의 그름을 묻지 않고, 형제의 잘못을 말하지 않게 되어, 형제를 사랑하고, 형제의 과실을 탓할래야 탓할 수 없는, 그 위에 자신의 그름을 보지 않은 채로는 행동할 수 없는, 거기에 인간의 원점(原点)이 있다. 그 원점(原点)이 바로 궁극적으로 승리제단이 추구하는 신의 세계요 영생체의 몸이다.

‘형제의 그름을 보지 않고’ ‘형제의 그름을 묻지 않고’ ‘형제의 잘못을 말하지 않는다’ 즉, 하나님 눈(神眼)으로 정견(正見)하고, 말에 의존하지 않고 하나님의 정어(正語)를 전하고, 하나님의 귀(神耳)를 기우려서 정문(正聞)하는 지혜는 본래 우리 인간 개개인에게 구비 되어 있던 것이라고 구세주는 말씀하신다.

그 신성(神性)의 빛이, 어느새 육의 눈과, 입과, 귀로 들어오는 갖가지 감각에 이끌려서 그야말로 의마심원(意馬心猿), 뛰는 말처럼 떠드는 원숭이처럼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번뇌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12년전 임신년 원숭이 해의 어느 날, 구세주님께서는 말씀 중에 ‘흉내 잘 내는 원숭이를 닮아 여러분들도 구세주 흉내를 잘 내어서 구세주가 되도록 하라’고 조크와 같은 말씀을 하시었다. 그 후 12년이 흘러 갑신년 원숭이 해를 맞이했다.

신년에도 구세주께서는 우리들에게 구세주를 닮으라고 원(猿)의 화두를 던지시는 것은 아닐까 .

원숭이 해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의 내적인 正見, 正語, 正聞이야말로 하나님의 본성이며, 그 본성에 이끌려 우리는 바른 도(道)의 생활을 실천해 갈 수 있는 ‘우리들의 갑신년’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동경제단 이정복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