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와 함께 어느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마친 뒤, 잠깐 의자에 그대로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고 하자.이제부터 우리는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 여행은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아니다.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서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그것은 물질을 이루고 있는 근본 단위, 근본 입자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공부하러 떠나는 학습 여행이다.

먼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 주위에 나무로 된 딱딱한 의자와 식탁, 그리고 식탁에 놓인 스텐레스로 된 수저와 젓가락, 크고 작은 그릇들, 그 속에 남겨진 약간의 음식물들을 확인해 두자. 그리고 식당 안의 풍경도 확인해 두자. 왜냐하면 여행 후 다시 이 자리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자, 우리 각자는 고배율(高倍律)의 마음의 현미경을 가지고 손바닥을 보고 있다고 상상하자.!

처음에 손바닥의 부드러운 피부와 이리 저리 그어진 손금이 보인다. 배율을 조금 높이면, 부드러운 살과 손금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세포들이 연결조직에 의해 느슨하게 묶여 있는 세포 무리들이 보인다.

우리는 그 세포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 세포는 작은 단백질 분자들을 담고 있는 하나의 물주머니이다.

우리는 단백질 분자를 눈여겨 확인한다. 왜냐하면 분자란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단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미경의 배율을 높여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미 분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우리 눈앞에는 수소, 산소, 탄소 등의 분리된 원자들을 만난다.

그 원자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그 핵의 주위를 전자(-)가 춤추며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러 원자들 가운데 산소원자를 선택한다.

산소 원자의 핵은 8개의 양성자와 역시 8개의 중성자가 모여 핵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산소원자는 원자번호 8번(원자번호는 핵속의 양성자의 숫자를 기준)이며, 원자량(양성자8+중성자8)은 16이다. 

원자핵은 핵실(核室)로 되어 있고, 그 핵실은 여러층의 아파트와 같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맨 아래층 방으로부터 배열규칙에 따라 채워져 있다.

그 핵실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나 중성자들은 핵자(核子)라고 하는데, 핵자 중의 하나인 양성자는 또 그 속에 여러개의 쿼크가 모여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나 중성자는 물론 쿼크들은 엄청난 속도로 진동하고 있다.

이 쿼크를 기본 입자라고 한다. 기본입자란 물질의 마지막 근본바탕이 되는 단위이다. 이것은 빛의 알갱이 이다. 그러므로 우주 만물은 그것이 무엇이든 빛의 알갱이 즉 빛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학습여행은 지금 우주만물을 이루고 있는 물질의 마지막 단위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 입자인 쿼크가 모여 중성자나 양성자를 만들고, 중성자와 양성자가 모여 핵을 이루고, 그 핵을 중심으로 전자와 결합하여 원자를 형성한다. 그 원자들이 모여 최초의 물질의 성질을 가진 분자를 만드는데, 생명체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은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가 모여 물분자 하나를 만든다.

앗, 큰일났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우리 눈앞에 있던 입자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가 말한다. “입자 한 개 사라진 것이 뭐가 그리 큰 일이라고 호들갑을 떠는가?”

아니다. 기본 입자는 우주만물을 이루고 있는 기본바탕이다. 그러한 기본 입자가 사라졌다는 것은 우주 만물이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한 순간에 우주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것과 같다.

만일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 속의 모든 입자들이 지금처럼 사라진다면 우리 몸도 어느 한 순간에 사라질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거대한 우주라 할지라도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옆 친구가 다시 말한다. “그렇게 중요하다면 찾아봐야지”

“앗, 나타났다.! 입자가 다시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속에서 작은 빛 알갱이 입자가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아니 어떻게 해서 다시 나타날 수 있었는가?

해답은 이것이다. 옆 친구가 다시 입자를 보고 싶다는 그 의식의 힘에 의해서 입자가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야, 이거야 말로 무슨 도깨비 장난 같다.! 그렇다면, 이 우주자체가 도깨비 장난 같고, 하나의 허깨비 환상 일 수도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현실에서 날마다 만지고 느끼는 있는 저 산과 바위, 온 갖 초목, 하늘의 별들과 태양과 은하계 전체가 사실은 환상의 산물일 수 있다.

우리의 잘못된 감각이 그렇게 부동의 사실처럼 느끼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우주, 산천초목은 진실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의 습관화된 의식은 도저히 이 현실, 이 우주를 환각이나 환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육안으로 보이는 이 우주와 물질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잘 못된 감각이 우주의 진실을 가리우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미 3천여년 전부터 이 현실이라는 우주가 잘못된 환상임을 알고, 잘못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불경 금강경(金剛經)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제5에는 이런 글이 있다. 

佛告 須菩提 凡所有相 皆是虛亡 若見如來 非相卽見如來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위의 여래는 부처님이지만, 여래를 “우주의 진실”이라고 해석하면 독자의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육안으로 보고 느끼는 우주, 그 가운데 은하계와 별들, 태양, 달, 지구, 산과 들, 산천초목등이 진실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를 인간의 5감으로 항상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영구히 고정되어 존재한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 우주의 형상들에 계속 집착하고 있는한 우주의 진실은 결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주와 만물을 거부하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생노병사의 고통을 가하는 누군가에 의해 설치된 덫이요. 함정이기 때문이다.(뒤에 설명) 독자들 중에는 머리를 갸웃거리거나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치부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양자물리학이 밝혀낸 우주의 실상을 바탕삼아 우주의 진실을 반드시 이해 하게 될 것이다.

다시 소립자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는 처음의 현실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 모 식당의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식탁엔 여전히 음식그릇들과 천년만년 녹슬지 않고, 존재할 것같은 스텐레스로 된 수저와 젓가락이 그대로 놓여있다.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탁자를 두드려보고, 수저와 젓가락을 만져본다. 이렇게 손 끝에 단단하게 느껴지는 이 쇠로된 수저가 파동이 되어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다니!

우리는 조금 전 각자의 손바닥을 통해서 미시 세계의 여행을 했는데, 이번엔 손바닥이 아니라, 앞에 있는 탁자건, 스텐레스 수저건...어떤 물질 속으로 여행을 해도 똑같은 경로의 여행을 할 뿐이다.

똑같이 분자를 지나 원자를 만나고 핵을 만나고, 다시 그 속의 중성자 양성자를 만나고 다시 쿼크 즉 기본입자를 만난다. 이 입자는 빛 알갱이로 보였다가 어느 순간 파동으로 바뀌어 허공속으로 사라진다.

빛 알갱이는 물질의 마지막 입자라고 하겠으나 파동은 물질이 아니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라디오, TV의 전파를 우리는 물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마지막 입자는 물질과 비물질(非物質)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황당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열 번, 백번, 수천, 수만번을 거듭해도 똑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데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세기 초 물리학자들이 이러한 원자의 실재를 새로 경험함으로써 그들이 그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세계관의 기초가 큰 충격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은 그의 자서전에서, “그것은 마치 지반이 밑에서 떨어져 나갔으며 어느 곳에도 근거를 가질만한 간단한 기반도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양자이론의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노벨상 물리학자 하이젠 베르크는 그의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나는 밤늦도록 장시간을 보어(양자물리학자:노벨상수상)와 더불어 토론했으나 거의 절망 상태로 끝났던 것을 기억한다. 토론을 끝내고 나는 혼자 근처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 속으로 몇 번이고 거듭거듭 다음과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하였다. 자연이란 것이 원자실험에서 우리에게 보이는 것 같이 그렇게도 불합리한 것인가?

물질의 기본입자가 한 순간 파동이 되어 눈앞에서 사라지는 사건은 지금까지 인류가 인식했던 인간과 우주, 그리고 인류가 축척해온 제반 학문 전체가 그 토대부터 흔들리는 엄청난 사건이 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  김백두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