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이 음란죄 

하루는 은행리에 있는 은광 장로교회의 주임장로인 유장로를 전도하였습니다. 유장로는 전도받은 지 3일 만에 은혜를 받아 소변으로 피를 쏟은 것을 보여주며,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니 하나님의 은혜가 분명하다며 몹시 기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교회를 조목사님께 드리겠으니 내일부터 단에 서서 예배로 인도 하시고 마음대로 쓰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정도령님이 장로교회 간판을 떼어버리고 전도관 간판으로 바꿔 달라고 하였더니 유장로와 그의 아들이 함께 그 자리에서 장로교 간판을 도끼로 찍어 쪼개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전도관 간판으로 바꿔 달고 개관 예배를 보게 되었을 때 당시 기성교회 측 한국 복음 전도회 회장이었던 신영균 목사를 주축으로 차재복 장로 등이 정도령님을 만나 전도를 받았습니다. 예배를 다 보고 나서 그들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놀랍고도 새로운 진리의 말씀이라고 감탄하였습니다. 이렇게 정도령님 말을 듣고 기성교회 하나가 송두리째 간판을 바꿔 달고 넘어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 차재복 장로 등은 여의도 광장같이 넓은 데서 대규모 부흥집회를 갖게 되면 멀지않아 이 세상이 전도관 천지가 되겠다며 좋아하였습니다.

그 은광 장로교회에서 개관 기념집회를 마치고 밀실에 들어서자마자 해와 주님께서 “조사장 저 마귀새끼가 ‘좋아하는 음란죄’에 걸려 떨어졌다”고 청천벽력 같은 고함을 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하늘이 노래지고 온 전신에 맥이 풀리며 몸이 천길 만길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님을 괴롭혔으니 너무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고로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온 밤을 지새우고 곤두박질하며, 통곡을 하고 또 통곡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아 나중에는 ‘너 같은 새끼는 아무리 해도 이긴자가 될 수 없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넘어졌어! 넘어지면 또 하나님께서 죄를 담당하여 고통을 당해야 되잖아! 너 같은 것은 살아봐야 하나님만 더 괴롭히고 하나님의 역사를 가로막을 뿐이야. 그러니까 일찌감치 죽는 게 하나님을 위해서 나은 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도령님은 숙소 앞에 있는 큰 아카시아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기로 각오하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실컷 울다가 밖이 어두워져서 목맬 끈을 찾고 있는데,  영모님께서 나타나시어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 왜 그래?” 하시며 정도령님 두 손을 붙들고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정도령님도 같이 흐느껴 울면서 “죄송합니다” 하고 죽을 마음을 고쳐서 참고 견디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영모님은 온데 간데 없으시고 방 안에 정도령님 혼자 있는 것이었습니다. 영모님이 문을 열고 나가셨나 하고 문을 보니 문고리는 그냥 걸린 채로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죽으려는 마음을 거두고 다시 이를 갈아부치는 연단을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음란죄’에 걸려 넘어진 것이 3월 하순경이었는데, 그 때부터 전도하러 나가지도 못하고 나를 짓이기는 연단을 가일층 계속하였습니다. 

모든 형제를 하나님으로 여기다 

밀실에서는 개간된 농지가 많이 있고 계속 개간을 해 나가고 있어 포도 농사와 함께 밭농사도 많이 하였습니다. 정도령님은 가을이 되면 김포공항 가는 쪽, 십정동에 있는 나병환자촌에 가서 닭똥을 몇 트럭씩 사서 밭 가까운 데 부려 놓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밤 늦게까지 지게에다 바소쿠리를 차려서 닭똥을 짊어지고 경사진 산 언덕을 넘어 포도밭까지 운반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온 몸이 닭똥 냄새와 땀으로 범벅이 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일을 해야 했고, 봄이 되면 포도나무의 순을 치는 등, 밭손질도 하였습니다.

예수가 자신을 가리켜 ‘포도나무’라 했는데, 포도나무가 뱀이나 구렁이같이 구불구불하게 생긴 것이 예수를 간접 증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예수가 말은 바로 했구나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언젠가 비가 많이 와서 마을 방천(防川)이 무너져서 수해가 난 후에 정도령님이 혼자서 며칠을 걸려 큰 돌을 운반해서 그 둑을 다시 튼튼히 쌓아서 정상으로 만들어 놓고, 도로보수도 하였습니다. 땅의 소유권자가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희생적으로 일을 하였으므로 하루는 관할 행정공무원이 정도령님을 찾아와 인적사항을 묻길래 왜 그러시냐고 하니 표창을 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도령님은 표창은 무슨 표창이냐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 하여 극구 만류하여 인적사항을 가르쳐 주지 않고 돌려 보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심한 중노동을 헌신적으로 하는 고로 정도령님이 지나가면 그 동네나 이웃 동네에 놀고 있는 아이들이 “저기 꽃집의 머슴아저씨 간다”고 소리지르기도 하였습니다. 해와 주님이 계신 집은 꽃이 많이 있는 고로 ‘꽃집’이라고 불리웠으며 정도령님은 그 집의 머슴으로 소문이 났던 것입니다.

새벽이나 저녁이나 일을 하였는데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해와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일정하게 규모있게 일을 하였습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하루에 두 짐씩 하게 되어 있는 고로 오만제단 꼭대기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는 대부분 정도령님 손으로 져 날랐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가시가 날카로와 손을 찌르고 피부를 붉히는데, 먼저 와서 단련된 고참 형제들을 따라 가려니 상처가 더 많이 나고 고통스러웠던 것입니다.

또한 걸음을 겨우 떼어 놓을 정도로 무겁게 짊어지고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눈이 온 겨울에는 미끄러져서 다치기도 했고, 겨울이 아닌 때도 나무 뿌리에 걸려 지게를 짊어진 채 나무짐과 같이 거꾸로 몇 바퀴 굴러 떨어져 온 몸이 가시에 찔리기도 하였습니다.

숙소에 와서 옷을 벗어 보면 등에도 가시가 박혀 있는 그런 상태에서도 ‘너 같은 새끼는 마귀니까 죽어야 돼!’ 하며 고소하게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상처가 나고 가시가 박혀 있는 상태에서도 약 한 번 쓰지 않고 지내어도 곪아서 덧나는 일이 없고 상처가 빨리 치유되는 체험을 수없이 하면서 지냈습니다.

한 번은 무거운 돌을 운반하는데 젊은 청년이 하는 말이 “우리는 힘이 약하지만 조사장님은 힘이 장사시니 이 돌을 한 번 짊어져 보세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있다 해도 40대 후반 장년에게는 불가능할 정도의 무거운 큰 돌인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도령님은 막내로서 고참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하는 의미에서 그 바위를 짊어지고 겨우 일어나니 다리가 벌벌 떨리고 오금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한발 한발 옮겨서 가니 중간에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고로 “너는 쉴 수가 없어! 너는 이런 고통을 당해야 돼!” 하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목적지까지 운반해 가며 나를 짓이겼던 것입니다. 해와 주님께서는 정도령님의 별호를 ‘일꾼’이라고도 하시고, ‘12지파 두목’이라고도 하셨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4’ 숫자지만 조사장만은 ‘5’숫자라고도 하시고, “조사장만 이루어지면 너희들은 맡아 놓고 구원이야!” 하는 말씀도 하시고, ‘막내둥이’라고도 하시었습니다.

그러나 밀실 식구들은 다 정도령님을 ‘막내둥이’로 알았고, 또 막내둥이 취급을 하였습니다. 20대 새파란 젊은 청년이 이것을 하라 하면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하라 하면 저것을 하고 시키는 대로 군소리 없이 잘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귀퉁이를 갈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라는 것이 마귀인 고로, 그리고 ‘나’라는 것이 어느 정도 죽은 고로 매를 맞아도 고소하게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일을 했던 것입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형제들을 진심으로 하나님같이 여기게 되니 자유율법이 지켜지며 마귀가 죽는 고로 때린 청년이 나중에는 정도령님을 찾아와서 “제가 손위 어른을 손찌검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잘못을 빌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막내둥이였던 고로 뜨거운 여름, 섭씨 30도가 오르내리는 날에도 해와 주님께서 쓰실 목욕물을 자전거 뒤에 가득 싣고 숨이 막힐 정도의 고통을 무릅쓰고 길어 오는 일을 맡아 하였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급경사진 비탈길을 밀고 올라오느라 전신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도 누구 하나 도와 주는 자 없었습니다.

수확기가 되면 포도를 따다가 손수레에 가득 싣고 청과물 시장에 내다 팔곤했는데 같이 간 젊은 사람들은 창피하게 생각되는지 뒤에서 밀다가 말기도 했으나 정도령님은 ‘내 자신이 치가 떨리게 미운 마음’으로 연단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손수레를 끌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