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에굽 백성의 집에서는 바로의 왕자를 비롯하여 사람과 짐승의 처음 태어난 장자들이 모두 죽음을 당하였으니 아침부터 온 에굽이 곡소리로 가득하였다. 바로는 모세와 아론을 불러 두려워 떨며 빨리 떠날 것을 재촉하였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에굽을 떠나게 되는데 유아 외에 장정만 60만에 이르렀으며 그 외에 양과 소 등 심히 많은 가축들을 거느렸으니 그 행렬은 장관을 이루었다.

이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은 430년의 에굽 생활을 마감하고 에굽을 떠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굽의 역사서 어디에도 10가지 재앙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족장시대인 아브라함 시대부터 이주를 시작해서 이삭 시대를 지나 야곱 시대를 거치면서 에굽 땅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모세 때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대이동을 하여 다시 가나안 땅 즉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경으로 들어간 흔적만이 성경에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이로 말미암아 성경의 기록이 역사의 기록보다 200년 정도 앞서 기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여리고 성의 몰락도 성경의 역사보다 200여년 뒤에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10가지 재앙의 진위여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데 크게 보자면 여호와의 신이 에굽의 신들보다 더 강한 신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신화로 보자는 설과 에굽 사람들이 굴욕의 역사를 숨기기 위하여 기록을 없애 버렸음을 주장하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10가지 재앙은 사실인가? 필자는 이에 대해 3일 동안이나 특정 지역만이 암흑천지가 되었던 사실은 지구 역사상 어느 기록에도 찾아 볼 수 없고 또 10가지 재앙의 종류가 공교롭게도 에굽에서 섬기는 10가지 신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하나님의 신이 에굽의 신을 제압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에굽에서 이끌어 내신 것으로 보는 신화에 더 힘을 싣고자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10가지 재앙을 재조명해 본다면,

1. 나일 강과 그 밖의 물들이 피로 변하였다 - 나일 강의 신 ‘하피’가 수치를 당하였다.

2. 개구리 재앙 - 개구리 여신 ‘헥트’에게는 이 재앙을 막을 힘이 없었다.

3. 티끌이 이로 변하였다 - 주술의 신 ‘토트’는 이집트의 주술사들을 도울 수 없었다.

4. 이집트 전역의 파리 재앙 - 이스라엘 백성이 거하던 고센 땅만은 예외였다. 에굽의 우주의 창조자로 불리던 ‘프타’ 혹은 주술의 신 ‘토트’도 이 재앙을 막을 수 없었다.

5. 가축들의 역병 재앙 - 거룩한 암소의 여신 ‘하토르’나 황소의 신 ‘아피스’도 이 재앙을 막지 못하였다.

6. 독종 재앙 - 치료의 신들인 ‘토트’, ‘이시스’, ‘프타’도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7. 천둥과 우박 재앙 - 번개를 다스리는 ‘레슈푸’ 그리고 비와 천둥의 신인 토트의 무력함이 드러났다.

8. 메뚜기 재앙 - 이 재앙은 곡식을 지키는 다신의 신 ‘민’도 이를 막지 못하였다.

9. 사흘 동안의 흑암 재앙 - 탁월한 태양신 ‘라’와 태양신의 하나인 ‘호루스’도 힘을 쓰지 못하였다.

10. 장자의 죽음 - 신의 화신으로 여겨졌던 ‘바로(파라오)’의 장자도 포함되었다. 태양신이자 종중 숫양으로 상징된 ‘라(아몬-라)’도 이 재앙을 막지 못했다.

이는 미물인 우상들의 힘으로는 하나님을 대적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오늘날 하늘의 역사를 인간의 힘으로 막으려고 시도하는 자가 있다면 10가지 재앙의 의미를 다시 심사숙고 해볼 일이다.*
박철수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