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국 125개국, 한국도 국내법 개정을 통해
사형제도를 실질적으로 폐지해야

해마다 봄이 되면 사형제도 폐지 문제가 국내 및 국제 인권단체의 주된 관심사로 등장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사형제도에 대한 보고서가 해마다 3~4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되고, 대표적인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가 사형제도 폐지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 때문이다.

이즈음 국내에서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비롯한 주요 인권단체가 유엔 인권위의 사형 폐지에 관한 결의안에 대해 찬성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낸다. 이를 계기로 유엔 인권위의 사형폐지 결의안에 대해 한국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가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한다.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12월을 기준으로 사형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77개국,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폐지한 나라는 모두 125개국이다. 즉 전 세계국가의 38%가 사형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62%는 이미 폐지했다.

1981년 당시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불과 63개국으로 31%에 불과했다. 지난 23년 동안 연평균 3개국씩 증가해 지금은 두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유럽연합의 모든 국가가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남미의 대다수 국가도 사형제도를 폐지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사형제도를 여전히 시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모두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 7년간 사형 집행이 없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이제 한국에서 사형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국민의 과반수가 사형제도의 유지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통하여 실시한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34.1%가 사형 폐지에 찬성하고, 65.9%가 사형제도의 존치에 찬성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교정위원은 80%이상, 국회의원과 변호사는 60%이상, 언론인과 법관은 약 54%가 각각 폐지를 찬성하지만,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여전히 사형제도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정부는 유엔 인권위에 참석, 구두 발언에서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이래로 사형 집행이 한번도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사형 폐지를 권고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올해는 주무부서인 법무부가 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기존의 반대에서 기권으로 바꾸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인권 후진국의 딱지를 떼어버리는 ‘통과의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다음의 통과의례는 찬성으로 입장을 전환하는 것이다.

즉 국내법 개정을 통해 사형제도를 실질적으로 폐지해야 하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권교육 특히 사형제도의 부당함과 불필요성에 대한 시민교육이 시급하다.*